본사 대선자문단 후보 정책검증-경제

입력 2002-11-28 00:00:00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가 타당하다면, '지역경제가 살아야 나라경제가 산다'는 명제도 타당하다. 21세기 세계화 시대, 지방화 시대에는 이 명제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경제분야 공약들을 보면, 나라경제를 살리려는 공약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경제 관련 공약들은 대체로 부수적으로 덧붙여져 있다.

이회창 후보는 관치경제 청산과 국제적 신뢰를 받는 기업환경 조성, 규제철폐와 공기업이나 국유은행의 민영화를 주창하고 있다. 따라서 이 후보는 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에 맡기려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지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 기조는 다른 후보보다 좀더 친기업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무현 후보는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시장경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 형성, 재벌개혁과 시장의 공정성을 지향하고 있다. 노 후보는 재벌계열사간 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 등과 같은 재벌개혁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 혹은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겠다고 한다. 노 후보는 이 후보 보다 분배를 더 강조한다.

한편 권영길 후보는 노동자.농민.서민이 살맛 나는 경제, 함께 잘사는 경제, 공공성의 경제를 지향한다. 재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공기업 사유화를 중단하겠다고 한다. 권 후보는 노 후보에 비해 노동자, 농민의 이익을 더욱 강조하고 더욱 강한 정부개입을 주장한다.

경제성장 전략을 보면, 이 후보는 시장경제의 활성화, 정보통신산업 등과 같은 신산업의 육성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려고 하는 반면, 노 후보는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 형성과 신산업의 육성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이른바 신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권 후보는 성장보다 분배에 중점을 두고 분배를 통한 성장, 재정확대를 통한 성장을 강조한다.

이 후보가 성장 그 자체에 비중을 두는 반면 노 후보는 성장과 분배의 연계에 무게를 두고 권 후보는 분배에 더욱 강하게 기울어져 있다. 이러한 성장 전략의 차이는 세 후보의 경제정책 기조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노 두 후보 모두 고성장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5년간 2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고 노 후보는 디지털 콘텐츠, 소프트 웨어 등 정보기술 분야 고급인력 1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한다.

권 후보는 10억 이상의 재산에 대해 부유세를 부과하고 비영리사회기업과 공익시민단체를 지원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지역경제발전에 관한 공약을 보면, 이 후보와 노 후보 모두 지방분권특별법과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을 통해 지방을 살리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권 후보의 100대 공약에는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권 후보의 경우 우리쌀 지키기와 같은 농업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세 대통령 후보 모두 중앙집권-서울집중 체제 아래에서의 경제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서울이 과잉과 과밀로 갈수록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고 지역경제가 쇠퇴하고 있는 상태에서 예컨대 앞으로 2010년쯤에 국민소득 2만달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 후보와 노 후보 모두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부분적인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확실한 비전과 마스터 플랜이 없다. 지금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빠진 전국 각 지방의 경제는 이런 저런 대증요법식 정책으로는 활성화될 수 없다.

획기적인 지방분권과 강력한 지역혁신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발전모델의 구축을 통해서만 지역경제의 장기 발전을 전망할 수 있다. 각 후보 진영이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 수단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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