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창-시트콤 전성시대

입력 2002-11-26 14:17:00

시트콤은 시추에이션 코미디(situation comedy)의 준말로, 같은 무대와 등장인물로 매회 상황에 따른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끌어가며 그속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형식이다. SBS '오박사네 사람들'이 우리나라 최초의 시트콤으로 출발한 이래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장르다.

시트콤 도입 초반 SBS '순풍산부인과'는 마니아층을 거느리기도 했고 MBC '남자셋 여자셋'은 송승헌, 이의정 등을 스타로 만들어냈다. 또 성인시트콤을 표방한 MBC '세친구'는 성적인 소재를 코믹하게 다뤄 성인들도 즐겨볼 수 있는 시트콤으로 자리잡았고 윤다훈이라는 스타를 발굴해냈다.

하지만 현재 각 방송사마다 시트콤을 두 세개씩 만들면서 그 신선함이 퇴색해가고 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것은MBC '뉴 논스톱Ⅲ', SBS '대박가족', '똑바로 살아라' 등이고 그간 거쳐간 시트콤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수 없다', '동물원사람들', '오렌지', '여고시절' 등 다수다.

방송사가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선호하는 것은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트가 거의 고정된데다 등장 인물또한 한정돼 제작비가 적게 든다. 또 시트콤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의 CF진출이 쉬워 섭외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반면 안정적인 시청률을확보할 수 있어 방송사에겐 유리한 장르다.

하지만 그런 이점들에 기대 안이해진 시트콤은 식상해져가고 있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의 식상함이다. 제한된 세트를 배경으로 등장인물 또한 한정되어 있다는 특성상 '사건발생 상황'과 '그 상황에서 파생되는 웃음'으로 이루어진다.

상황을 재미있게 구성해 가정이나 직장에서겪을 수 있는 자잘한 일상사를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는 것이다. 하지만 주로 '대화'와 '인물'에 의존하는 시트콤이 좀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보니 인물 캐릭터가 비정상적이고 획일화되어간다는 지적을 비켜가기 힘들다.

거의 대부분의 시트콤에서 '짠돌이' 유형이 등장하는가 하면 삼킨 반지를 화장실에서 찾는다든지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잦다. 자극적인 소재는 언어폭력, 비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 등장하는 배우들은 기존의'엄숙하거나 근사한' 이미지를 깨고 소위 망가지면서 그 역할의 한계도 지적할 수 있다.

시트콤이 일상의 웃음을 전달하는 역할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노력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확보와 철저한 현장 연구 등 시스템도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억지스러운 웃음에서 벗어나 생활 속의 다양한 소재와 인물을 발견해내는 시트콤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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