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신라 향가

입력 2002-11-25 12:22:00

'죽고 사는 길은 이 땅에 있음에 두려워하고/나는 갑니다 말도 못하고 가나니잇고?/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 저기 떨어지는 잎같이/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는 구나'. 전해지는 향가중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신라시대때 월명사가 죽은 누이의 49재때 부른 노래로 전해지는 '제 망매가'이다.

이 작품을 비롯, '처용가' '서동요' '모 죽지랑가' '안민가' '도솔가' '도 천수대비가' 등 일곱수의 향가가29일 오후 7시30분 경주서라벌문화회관에서 노래로 다시 태어난다.

이임수(동국대 교수) 이태수(매일신문 논설위원)씨가 가사를 현대시어로 개사하고, 작곡가 임우상(전 계명대 교수) 김정길(계명대 교수) 정희치(경북대 교수) 권태복(대구미래대 교수) 황의종(부산대 교수) 박상진(동국대 교수)씨 등이 곡을 붙였으며 소프라노 신미경 구은희 홍순지, 베이스 이의춘씨 등이 솔리스트이 출연한다.

국악관현악 반주는 1997년 동국대 국악과 졸업생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동국국악예술단(지휘 박상진.대구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이 맡았으며, 예술단 내 무용단의 춤과 퍼포먼스도 함께 이뤄진다.

승려, 화랑 등에 의해 만들어진 향가는 한자의 음이나 훈을 딴 향찰, 혹은 이두로 표기돼 현재 삼국유사에 신라향가 14수, 균여전에 고려향가 11수 등 25수가 전해지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서동이 선화공주를 꾀기위해 동네 아이들에게 부르게 했다는 '서동요'나 처용이 아내의 부정현장을 보고 불렀다는 '처용가' 등 향가는 모두 노래로 불려졌으나 가사만 전할 뿐 곡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박상진씨는 "신라의 천년 고도인 경주는 문화유적이 많지만 경주다운 노래나 춤 등 무형문화재쪽은 다소 미약한 편"이라며 "이번 발표회는 늘 노래와 춤으로 삶의 희노애락을 표현했던 문화국가 신라의 모습을 재현하고 경주를 대표하는 노래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또 박씨는 "1~2년의 계획으로 남은 신라향가 7수에 대한 '신 신라향가 창작발표회'와 함께 고려향가 11수까지 발표회를 가진 뒤, 전 작품을 꿰어 경주를 대표하는 뮤지컬이나 총체극으로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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