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민 '대야성 찾기'

입력 2002-11-25 12:23:00

합천군은 지금 지난해 종료된 방송 인기사극 '태조왕건'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신라와 백제가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와 함께 삼국통일의 계기를 마련한 '대야성'성터찾기작업이 한창이다. 군은 지난 6월말 현상변경허가를 받아 경남발전 연구원 역사문화센터에 의뢰, 발굴조사단(단장 성태현)을 구성해 대야성 찾기에 나선 것.

드라마 방영뒤 군민들과 출향인들은 물론 전국 네티즌들까지 대야성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면서 역사현장을 복원,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

현 대야성은 지난 93년 죽죽비각과 함벽루가 위치한 합천읍 취적산(일명 매봉산)일대로 경남도 기념물 제133호로 지정됐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 위치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함께 갖가지 연구물과 주장들을 펴면서 끊임없는 논쟁을 벌여왔다.

초계면 초팔산성과 야로면 미숭산성, 대병면 악견산성이 대야성 성지라고 주장하는 등 마치 삼국시대 혈전을 연상케하는 지역분열 양상까지 보임에 따라 군은 발굴조사단 출병으로 대야성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에 나선 셈이다.

조사단은 야로면 미숭산성을 비롯, 악견산성과 초팔산성 등 대야성 후보지5곳에 대한 지표.시굴조사를 마친 뒤 지난달 군민.향토 사학회원들과의 설명회를 거쳐 가장 유력한 곳으로 판단된 취적산 일대를 샅샅히 정밀 조사하고 있다. 22일 조사단에 따르면 "체성부와 문지, 부대시설과 건물지 등이 나타나야 주성으로서의 조건을 갖는데 현재 일부

흔적들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보고했다. 성외벽 조사에서 드러난 축성방식도 고구려에서 삼국시대에 이어 일본에까지 전파된 '그렝이공법(돌출된 바위.암벽을 그대로 둔 채 쌓는 돌을 모양대로 맞추거나 깍아 마춤)'으로 이뤄졌다는 것.

또 성내 시설물로 추정할 수 있는 토층단면의 적석층과 4∼7세기에 걸친 생활토기,대호편들이 다량으로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창고나 기타 성내 시설물로 추정된다고 보고하고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발굴단 지도위원 심정보교수(대전 한밭대학교)는 "학계에서조차 대야성지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중요한 역사현장을 지금까지 방치, 늦게나마 조사에 나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합천은 대야성 전투에서 산화한 신라충신 죽죽(竹竹)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재와 함께 '대야문화제'를 해마다 개최했으나 성지조차도 모른채 취적산 죽죽비각에서 혼을 기리는 재를 올려왔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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