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범죄 재판권 강화를

입력 2002-11-23 00:00:00

지난 6월 여중생 2명을 치어 숨지게 한 미군 장갑차 관제병과 운전병에 대한 미군의 재판은 한마디로 한국인의 인권을 다시 한번 무참히 짓밟은 미국의 오만이다. 유죄 평결 가능성이 높았던 관제병이 무죄로 평결받은 데 이어 운전병에게도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미군 재판부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데도 불구하고 사실 규명을 위한 노력도 제대로 않은 채 서둘러 재판을 끝내버렸다. 분명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아무도 없다니 말이 되는가.

한국측은 그동안 한국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의해 피고인 2명의 신병인도를 요구해 왔었다. 그러나 미군이 이를 무시하고 미군 영내에서 재판을 한 것은 아무리 미군측이 일부 재판과정을 공개하는 등 공정성을 확보하려 했다지만 수용하기 어렵다. 공정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미군이 주장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재판은 우리 법정에서 이뤄져야 했었다.

이번 재판은 전적으로 '미군들만의 군사재판'이었다. 재판장은 물론 검찰관, 변호인이 모두 미군이었다. 배심원들 역시 피고인과 같은 주한미군들로 이뤄져 애초부터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SOFA 규정이다. 현행 SOFA에서 공무 중 범죄에 대해서는 미군이 1차적 재판권을 갖도록 한 것은 지배자적인 악법이다. 결국 이번 재판은 한국이 사법적 주권을 찾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여중생 사망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사태가 계속될 것이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가해자가 가해자를 재판하는 모순적인 구조는 하루 빨리 고쳐져야 한다. 미군범죄에 대한 우리의 재판관할권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SOFA 규정을 빨리 개정해야 할 것이다.

주재현(대구시 동인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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