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캠퍼스-대구과학대학

입력 2002-11-20 14:10:00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6시. 자명종 소리와 함께 대구과학대학 식품영양과 1년 박숙자(37·여)씨의 분주한 하루가 시작된다. 고급 영양학·인체생리학·식품학…. 곤히 잠든 애들이 깰세라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던 박씨의 손길은 아침 해가 고개를 내밀면 정말 바빠진다.

따뜻한 아침상 차리랴, 애들 깨워 세수시키랴, 학교준비물 챙겨주랴.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면 한바탕 '아침 전쟁'의 피로가 몰려오지만 학교로 향하는 박씨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어렵게 다니게 된 대학인데 열심히 해야죠.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아 고생이지만 애들도 '대학생 엄마'가 좋다며 격려해 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고진감래(苦盡甘來). 지난 3월, 고교를 졸업한 뒤 17년만에 대학생이 된 박씨의 꿈은 알알이 여물어가고 있다.

새벽잠을 아껴가며 공부한 끝에 입학9개월만에 전공관련 자격증을 8개나 딴 것. 특히 일식조리기능사·제과기능사 등은 1학년 학생의 5% 남짓밖에 합격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지만 단번에 성공,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전공관련 자격증은 이제 더 이상 딸 게 없습니다. 과 동료들에게 모범을 보여 교수인 제가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할 정도죠. 애들 키우면서 지각도 한 번 안하더라구요". 이 대학 송준희 식품영양과 교수의 칭찬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박씨가 '자격증 박사'가 된 데는 이 대학이 특성화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1학생 2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이 밑바탕이 됐다. 입학과 함께 학생 자격증 취득카드를 작성, 비치하고 학과별 목표 설정과 특강을 통해 자격증 취득을 유도하는 것. 또 학기마다 자격증 취득여부를 조사해 우수학생에게는표창·장학금·해외연수 등의 혜택도 준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2개 이상 자격증 취득비율이 지난해 졸업생은 90%가 넘었고 내년 2월 졸업예정 학생은11월 현재 80%에 이르러 직장을 골라서 취업한다는 게 학교측의 자랑이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해내는 악착같은 성격이라는 박씨에게도 눈물이 핑 돈 날이 있었다. 1학년 120명 가운데 1학기 과 수석을 차지, 전액장학금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한밤중에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37)이 한달음에 달려와 격려해 준 것.

"고향 춘천을 떠나 남편만 보고 대구에 왔어요. 집 앞에 있던 대구과학대학을 보며 만학의 꿈을 키운 지도 벌써 7년이 지났죠. 제 잠재력을 발견하게해주고 꿈을 키워준 대구과학대학 교수님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조카뻘 친구(?)들에게 연애특강도 해주고 동아리활동도 적극적으로 이끄는 '왕언니' 박씨는 지금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영양사 자격증을 취득,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것.

"아이들에게 정말 맛있고 영양많은 식사를 준비해주는 급식업체를 운영하는 게 목표예요. 제 아이들에게 해주듯 말이죠. 수험생들에게도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관심있는 분야에 적극 도전하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아름다운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의 몫이니까요".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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