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연예개.조폭의 닮은꼴

입력 2002-11-20 14:31:00

몸이 무기다. 보스를 대신해 감방을 가고 조직을 배신하면 대가(?)가 지불된다. 자금출처가 불분명하고 일확천금을 노린다. 의리를 강조하지만 상대를 믿지 못한다. 연예계와 조폭은 닮은 부분이 많은 듯 하다.

이수만은 'SM엔터테인먼트'의 실질적 주주다. 지금도 e메일로 지시를 하고 화상회의를 열고 싶어 한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정작 구속된 건 사장 김경욱이다. '조폭 마누라'로 큰 재미를 보았던 서세원의 자금줄에 대한 의문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1980년대 '젊음의 행진'이라는 TV프로에서 댄싱팀 '짝궁'의 멤버였던 김광수의 매니지먼트가 주효하여 스타가 된 조성모는 가족이 매니저를 맡고 자신이 대주주가 되면서부터 인기가 시들해졌다.

얼마 전에는 신보 5집 앨범이 전 소속사인 GM기획에서 자신이 불렀던 '미 발표곡'과 동시에 발매되는 '김빼기'로 고통을 받았다.

HOT에서 독립(?)한 JTL은 음반제작 후 한달 간이나 방송에 나오지 못했다. 막강한 스타군단을 거느린 이전의 매니지먼트사가 방송국에 압력을 행사한 결과다.

연예인의 사생활이 폭로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마찬가지. 대부분은 조직을 배신(?)한 대가로 누군가가 제보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미국 연예계는 다르다. 자격증을 취득한 에이전트를 통하지 않고는 감독이나 제작자가 연예인과 직접 계약하지 못한다. 사이비 제작자나 감독으로부터 신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한 노동법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받고 시간에 따른 급여나 간식제공이 빈틈없다. 샐러리맨과 유사한 주당 근무시간이 있고 초과할 경우에는 수당이 지급된다. 그래야만 배우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여 NG가 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제작비절감을 위해 최상의 대우를 한다.

인무원려(人無遠慮) 필유근우(必有近憂).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근심이 다가올 것이라고 했는데… 한국의 연예산업은 내일을 준비하지 않는다. '미리부터 대비하자'. 겉으로만 외칠 뿐이다. '차카게 살자'를 어깨에 새긴 조폭과 너무나 닮아 있다.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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