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들 그후는...

입력 2002-11-20 00:00:00

◈절차 까다로와 입양도 쉽잖아

재만(가명)이는 태어난 지 갓 5개월을 넘은 꼬맹이다. 새록새록 잠자다 인기척에 눈을 둥그렇게 떠지만 다리를 제대로 놀릴 수 없는 소아마비 장애아. 지난 5월14일 대구 성당동 원화꽃동산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채 발견돼 '대성원'에 들어왔다. 현재는 장애아 시설인 '애망원'으로 옮겨질 날을 기다리는 중.

◇기아.미아 어떻게 보호되나=장우(가명)는 지난 9월14일 대구 산격동 한 여관에서 탯줄이 막 잘린 채 발견돼 대성원에 왔다. 엄마는 장우를 낳아 버린 뒤 홀로 여관을 빠져나간 것. 장우는 자신의 앞날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른 채 손가락을 빨며 큰 두눈을 두리번 거리며 엄마를 찾고 있다.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은 대체로 경찰.병원이나 아동청소년상담소를 통해 일시보호소인 '대성원'에 일단 맡겨진다. 그 후 만 3살 미만의 유아는 이곳 아동시설에 보호 조치되고, 그 이상 나이의 아이들은 입양기관.아동시설에 맡겨지거나 가정에 위탁돼 양육된다.미혼모에 의해 출산된 아이들은 대부분 대성원 외에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등 대구시내 3개 입양기관을 통해 국내외 입양이 주선된다.

◇부진한 국내 입양=그러나 입양기관 관계자들은 "국내 입양은 혈연중심 문화 때문에 늘지 않고 특히 장애아는 국내 입양이 사실상 힘들어 해외 입양을 시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국내 입양이 부진한 것은 그 외에도 양부모가 입양 알선료 명목으로 200만원 정도를 입양기관에 지불해야 할 뿐 아니라, 친부모가 친권을 포기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대구사무소 정만대 소장은 "입양 때는 여자아이를 선호하고, 친부모의 배경, 아기의 건강.용모.혈액형까지 따지는 사람이많은 것 역시 입양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친부모 친권 포기 문제는 적잖은 아이들로 하여금 입양조차 될 수 없게 하는 장애가 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스스로 시설에 맡긴 부모마저 그 후 연락이 닿지 않아 친권 포기 각서를 받을 수 없다는 것. 대성원 송금선 사회복지사는 "부모가 남긴 '언젠가 데려가겠다'는 쪽지 한장때문에 입양 대상에서 제외되는 아이들도 많다"며, "이건 부모의 무책임성 때문에 아이가 두 번 버림 받게 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무엇이 필요한가=입양 가정에 대해서는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중고교 입학금.수업료가 면제되고 양부모에겐 주택자금이 지원된다. 특히 장애아 입양 때는 월 50만원의 양육비와 연 120만원의 의료비가 지원된다.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지원책도 거의 힘을 못쓴다고 관계자들이 말했다. 양부모들이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해 입양 사실을 철저히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그래서 전문가들은 입양아를 위한 치료.재활시설 확충, 의료비 전액 지원 같은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양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가정에서 아이를 맡아 키워주는 '가정 위탁'에 대한 지원 강화도 시급한 과제가 돼 있다. 기초생활 보호 대상이 아닌 아동의 위탁 가정엔 기저귀.분유 값 정도인 월 6만5천원의 양육비 외에는 지원이 전혀 없다는 것.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국장은 "의료비.예방접종비조차 지원되지 않아 위탁가정엔 사실상 물질적 봉사까지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라며,"위탁기간 만이라도 양육 가정을 기초생활 보호 대상으로 지정해 지원하는 등의 대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