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람은 한번 정(情)들인 브랜드나 물건, 그리고 친구를 잘 바꾸지 않는다.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는 보수적 기질의 대구사람들의 인간관계론, 대상과의 친밀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다. '쉽게 뜨거워지지는 않지만 한번 뜨거워지면 세상을 홱 바꾸고 만다'는 경상도기질을 지닌 대구에서 롯데백화점이 연착륙에 성공할수 있을까.
▨대구의 보수 기질과 롯데의 대구 입성=안세영 롯데백화점 대구점장(50)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구지역 정서를 거스르면서까지 무리하게 시장확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메이저급 백화점들의 공략을 물리치고 백화점업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이 수성(守城)을 위해 공세적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는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공존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애써 무덤덤한 기색이다.
과연 그럴까. 롯데백화점이 대구의 백화점업계를 적당히 나눠 가질 작정이라면 대구·동아 양대 백화점이 장악하고 있어서 연착륙이 간단치 않을 대구에 입성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출할 이유가 없다.
안 점장의 말을 되새겨 보면 롯데가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백화점업계를 충분히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백화점 시장쟁탈전에서 롯데가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계산된 발언이다.
▨롯데의 개점 준비=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롯데백화점의 경영스타일은 '밀어붙이기'와 파상적인 '물량공세'로 압축된다. 롯데가 최근 10여년간 수도권, 부산·경남권은 물론 광주에서 경쟁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의 무차별 물량공세로 토착업체들을 궁지에 몰아 넣으며 시장판도를 바꾸었듯이 대구에서도 엄청난 공세가 예상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개점준비 상황과 연착륙 가능성을 따져보자.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개점 견인차는 이미 롯데백화점 부산 동래점장을 지낸 안세영씨. 초대 대구점장으로 낙점된 안 지점장은 지난 10월부터 대우빌딩 7, 8층에 위치해 있는 개점준비사무실에 상주하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김태화 경영지원팀장, 김성수 영업판촉팀장이 뒤를 거들고 있다.
대구 롯데호를 이끌고 갈 이들 3인방은 이인원 롯데백화점 사장이 직접 낙점했을 정도로 사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개점 전문가들. 이들은 내년 첫 해 매출목표를 3천200억원으로 잡고 개점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 대구점의 공정률은 19일 현재 80%를 넘어 섰다. 외관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주요입점 브랜드는 500여개에 이른다. 입점브랜드 매장배치를 위한 실내 인테리어 공사도 내년 1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또 12월중으로 2천500여명의 판매사원과 관리직원을 채용, 내년 1월부터 직원교육 및 개점리허설에 들어간다. 유통업계에서 숍마스터를 비롯한 인재스카우트 바람이 한바탕 불어올 것 같다.
지하 3층, 지상 10층(연건평 3만1천평) 규모의 롯데 대구점은 9천500여평의 매장에 식품매장(지하2층), 잡화·명품매장(지하1, 지상1층), 숙녀매장(2, 3, 4 층), 신사·아동·스포츠매장(5, 6층), 가전매장(7층) 등이 들어서고 8층은 식당가, 9, 10층에는 멀티플렉스(9개의 영화관)가 들어선다.
▨롯데의 강점=롯데의 막강한 힘은 브랜드파워에서 나온다. 전국 최다 점포(20개), 최다 매출(지난 해 기준 6조5천억원)을 올린 롯데의 기업이미지는 소비자들에게 백화점업계의 선도주자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고, 제조업체들은 다른 백화점을 다 포기하더라도 롯데에 들어가는게 낫다고 할 정도이다.
그만큼 국내외 유명브랜드에 대한 강력한 흡입력은 바로 가장 큰 매출로 직결되는 바잉 파워(buying power)에서 비롯된다. 롯데백화점에 매장을 내야 큰 이익을 볼 수 있고, 롯데 백화점에 가야 다양한 상품을 만나며, 같은 물건이라도 싸게 살 수 있다는 가격 경쟁력은 전국에 롯데백화점의 신화를 낳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브랜드 협력업체들은 다른 백화점에 비해 5~10%까지 높은 판매수수료를 내면서도 전국 상권을 가진 롯데에 입점하기 위해 혈안이고 롯데는 여기서 발생하는 여유분의 판매수수료를 판촉비용으로 소비자들에게 쏟아 부어 시장을 장악하는 경영을 해오고 있다.
김태화 대구점 경영지원팀장은 '경영노하우와 고객서비스'도 롯데의 강점이라고 강조한다. 상품구색이 다른 백화점과 같더라도 상품진열과 인테리어 등에서 고급스런 이미지로 차별화 되고 주차에서 귀가할 때까지 펼치는 고객을 위한 토털서비스는 다른 백화점이 따라 올 수 없다는 것.
주차장도 불쾌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바닥을 특수소재로 깔고 대형승용차를 위한 전용주차장, 단골고객을 위한 휴게실 등 호텔수준의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대구점은 또 지하철, 기차, 시내버스가 모두 지나는 만큼 배달서비스와 안내서비스를 강화하고 젊은 층을 유입할 수 있도록 질높은 이벤트를 7층의 전용이벤트장에서 연중 시행할 예정이다.
▨롯데의 약점=아무리 롯데지만 약점도 만만찮다. 백화점사업을 흔히 '위치산업'이라고들 한다. 소비자들이 가장 편안하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입지가 백화점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롯데 대구점의 최대 약점은 교통입지에 있다. 대구점은 달성공원 네거리에서 신천교에 이르는 태평로와 반월당 네거리에서 대구역간의 중앙로를 끼고 있다. 이 구간은 평일 오후에도 교통이 번잡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주말이나 바겐세일 기간의 교통혼잡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과연 소비자들이 이같은 불편을 감수하고 끈기있게 롯데백화점을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또 북쪽 홈플러스 대구점 방향도 평일 오후나 주말에는 크게 붐비는 곳이어서 롯데 대구점의 교통여건은 최악이다.
롯데가 지방에 내려와서 그렇게 성공한 점포가 없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부산에는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인천, 광주, 울산, 포항, 마산 등에서는 신세계나 현대와 함께 시장을 분할했을 뿐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은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서동주 동아백화점 경영기획팀장은 "롯데가 시장점유율은 1위일지 모르지만 '돈의 힘'이외에는 무서운 것이 없다. 상품과 매장 등의 하드웨어는 롯데가 강할지 모르나 소비자들에 대한 마케팅 능력은 오히려 지역업체가 앞설 것"이라며 롯데바람을 잠재우겠다는 의욕을 펴보였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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