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이를 지켜보는 아들. 여느 가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슬픔과 절망으로 시작해 그것으로 끝나는게 보통이다. 신앙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승화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것이 신학자인 아들과 목사인 아버지라면….
"죽음은 미화되지 않는다. 기독교인은 신앙의 힘으로 죽음을 친근하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누구에게나 고통자체는 '현실'이며 피할 수 없다…(중략)"(아버지)
"그것이 육체를 가지고 사는 인간의 한계이겠지요?"(아들) 간암선고를 받고 시한부인생을 사는 아버지 김치영목사(1925~2000)와 아들 김동건(영남신학대 )교수는 고통, 죽음, 인간, 부활과 종말 등 신학적인 주제를 놓고 끝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두 사람간의 대화를 기록한 '빛, 색깔, 공기(대한기독교서회 펴냄)'을 지난달 내놓았다.
김동건목사는 "다른 암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또 여러 모양의 고통과 시련을 겪으며 이를 어떻게 신앙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심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삶이 무엇인지 고심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치유가 불가능한 병으로 죽을 날만 기다릴때는 절망감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남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겠지요?"(아들)
"…쉽지 않지. 그러나 기독교인은 모든 것을 절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중략) 지금 받는 고통이 인간적으로 봐서 희망없는 고통이지만, 이를 부활로 나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진통과 산고로 봐야 한다".(아버지)
'죽음을 사이에 둔 두 신학자의 대화'라는 부제에서 보듯 어려운 성경 얘기가 적지않다. 그러나 비종교인이라 하더라도 부자간의 애틋한 정과 죽음을 초월한 신앙 등을 묘사한 대목에서는 잔잔한 감동을 받게 된다. 특히 아들이 목사임에도 아버지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다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종교적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은 너무나 처절하면서도 숭고하다. 누구나 책장을 덮을때면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 김치영목사는 비산동교회를 개척하고 부산장신대 교수.영남신학대 강사 등을 지냈으며 간암선고를 받은지 4개월만인 2000년 10월 타계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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