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한테 '짱'으로 통해요".철가방에 자장면을 담고 전국 사찰에 배달가는 합천 해인사 절 입구의 '구원반점' 주인 한희석(41.가야면 황산리.사진)씨. 수행에 정진중인 스님들의 영양보충과 출가전 먹었던 추억의 자장면 맛을 제공한 공로로 스님들로부터 '구원사 주지'란 애칭까지 얻었다.
8년전, 자장면 맛에 반한 어느 공양주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 어느덧 소문이 꼬리를 물어 전국 큰 절 가운데 '콜' 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해인사에서 수행을 끝낸 스님들이 바랑 하나 달랑 메고 전국 사찰을 돌며 당시 선방에서 먹었던 '추억의 자장면'을 잊지 못해 다시 한씨를 찾는다는 것.
한씨의 자장면은 고기를 전혀 쓰지 않고도 맛을 낸다는 게 특징. 주재료는 야채와 버섯류, 속을 편하게 한다는 호박과 특히 쫄깃쫄깃한 고기 맛을 살리기 위해 콩으로 만든 햄을 쓴다는데 더 상세한 것은 '비밀'이라며 웃는다.
스님들이 석달을 정해 선방에 앉아 밤잠 없이 수행에 정진하는 하안거(음력 4월14일부터)와 동안거(음력 10월15일부터) 때가 최고 성수기. 동안거인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자장면 대신 짬뽕을 많이 찾는다고.
주문과 함께 반점에서 뽑은 면과 재료, 조리 기구들을 차에 싣고 중국서 시집 온 부인 이인화(31)씨와, 주문량이 많을 때는 노모(61)까지 태워 새벽부터 달려간다.영남 일대는 몇번씩 돌았다. 멀리 충청도 수덕사와 전라도 백양사 등 지금까지 1천여번을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한씨는 "경기.강원도에서도 주문이 들어 오지만 먼거리는 면발이 퍼져 제맛을 내지 못한다"며 "스님 공양을 들어주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아쉬워 했다.
지난 겨울 동안거 기간에는 한달중 평균 20여일간 문 닫고 출장, 한 번 출장에 그릇 수 관계없이 30만원 이상을 받지만 거리와 사찰 형편에 따라 더 받기도 하고 깎아주기도 한다.
"돈보다도 내가 만든 자장면을 산속 스님들이 즐겨 먹고 공부에 도움이 되는데 보람을 느낀다"는 한씨.
오는 19일(음력 10월15일) 동안거 결제일에 전국 사찰의 선원에 많은 스님들이 수도정진을 위해 모이게 되면 철가방을 손에 든 '구원사 주지' '짱'으로 통하는 한씨의 발걸음도 더욱 분주해질 것 같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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