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 무허가 상행위 극성

입력 2002-11-16 12:22:00

조선조 500년 역사의 전통을 이어오며 국민들에게 마음의 고향으로 사랑받던 하회마을은 지난 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방문한 것을 계기로 새 전기를 맞았다.

이른바 '여왕 특수'로 연간 100만여명이 전통마을의 내력과 여왕의 자취를 찾는 국민광관지가 됐고 시민들은 그 화려한 부상을 자랑스러워 했다.그러나 '호사다마'일까. 구름 같은 관광객을 겨냥한 마을 주민들의 무허가 상행위가 판을 치면서 마을 원형과 정취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

하회마을관리사무소를 지나면 바로 맞는 동구. 허름한 가건물과 비닐하우스에 차린 잡화상과 기념품 가게 4동이 초입부터 마을의 이미지를 흐리게 만든다.

5분을 걸어 북촌댁으로 가는 골목길에도 초가를 개조한 같은 유형의 가게들이 촘촘히 늘어섰고 한 집 건너마다 민박 안내 이동식 철제간판을 대문입구에 세워 놓았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가인 충효당 들머리에는 엿장수 리어카가 자리를 잡았고 여왕이 하회탈춤을 지켰봤던 담연제 앞터에는 지난해에 없던 기념품가게가 들어서 있다.

만송정 강둑 주변은 한마디로 엉망이다. 어설픈 좌판과 야외식탁을 마당 가득 설치한 식당들이 '찜닭, 동동주, 파전 있습니다' 라고 적은 간판을 건 채 버티고 있다.

가족여행을 온 이재환(42.울산시)씨는 "무분별한 상행위가 유명 전통마을을 무색케 하고 있다" 며 "자녀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수년전 20여개 정도이던 것이 식당 23개, 기념품가게 15개, 민박집 37개로 늘었고 모두 무허가다. 마을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영업허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업주들은 생업을 위해 영업을 그만 둘 수 없다고 하지만 마을 건물이나 경관 훼손이 워낙 심해 시당국은 과거처럼 음성적으로 묵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동시는 지난해 9월 가건물을 짓는 등 명백한 불법행위를 하거나 경을 훼손 정도가 심한 업소 11개에 대해 강제철거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업주는 돌아서서 다시 짓고 시는 또 철거하기를 4∼5차례. 이같은 숨바꼭질은 계속되고 와중에 점포와 행상까지 새로 생겨나는 실정이다. 누가 봐도 마을이 먹고 마시자판으로 만신창이가 됐음을 알 수 있다. 시청 홈페이지에는 연중 하회마을의 퇴락과 당국의 관리소홀을 비판하는 글이 도배가 되고있다.

자정을 기대할 수도 없다. 마을보존회가 이같은 문제 등을 둘러싼 내분으로 와해돼 통제력을 잃었고 원로들도 마을 공동화를 우려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동시는 해결책으로 동구밖 인근에 집단 상가를 조성해 이들 업소를 모두 이전하고 마을내에서 일체의 상행위를 금지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업소 주인의 제자리 버티기에 봉착한데다 상가조성 세부계획이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언제 계획이 실행될 지, 효과를 거둘 지 의문이다.

5백년 전통마을이 관광객이 폭증한 불과 수년만에 와르르 허물어지고 있다. 이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한던 일도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하회마을관리사무소 김시창 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진정한 마을 사랑이 필요한 때"라며 자정과 안동시의 관련 대책에 협조를 당부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