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O 대북 중유지원 중단

입력 2002-11-15 14:33:00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핵사태에 따른 첫번째 가시적인 대북조치로 12월부터 대북 중유지원을 중단키로 결정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한 소용돌이속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KEDO의 대북 중유공급 중단조치에 대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한반도는 자칫 93, 94년 핵위기 때와 같은 벼랑끝 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 94년 10월 체결된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가 8년만에 중대한 위기국면을 맞은 가운데 향후 사태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완전히 파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정부는 KEDO의 이번 결정이 한반도에 위기가 초래되지 않도록 북한측이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조속히 포기하도록 총력적인 설득을 벌여나갈 예정이나 북한이 '대결'을 불사할 경우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심각한 난기류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바합의 장래=이날 KEDO의 결정이 제네바 합의의 완전파기로 이어질지는 단정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대북 중유지원 중단 결정으로 북미간 제네바 합의 이행에 중대한 변경은 있지만 완전 파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며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제네바 합의의 '큰 틀'은 유지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제네바 합의에는 중유제공 문제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경수로 공사 진행과 북한의 핵시설 동결이라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면서 "중유공급 여부는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만이 제네바 합의의 전부는 아니다"고 지적했다.하지만 앞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선(先) 핵폐기 요구 등에 대해 신속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중유중단에 이어 대북 경수로사업도 중대한 차질을 빚거나 완전 중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KEDO는 성명을 통해 12월부터 대북중유 제공을 발표하면서 "여타 KEDO 활동도 재검토될 예정"이라고 밝혀 앞으로 북한의 대응태도 여하에 따라 경수로 사업의 중단여부 등도 본격 검토될 것임을 시사해 주목됐다.

이 때문에 향후 제네바 합의의 완전파기 여부는 북한의 대응태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선(先) 핵폐기 요구에 응해올 경우 중유중단 결정이 다시 번복되고 제네바 합의는 유지될 수 있겠지만,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제네바 합의는 시간이 갈수록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북한의 반응=이번 중유공급 중단 결정에 대해 북한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는 향후 북핵사태의 전개과정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우라늄 핵개발 계획 시인으로 인해 북핵사태가 새롭게 불거진 이후 한달여만에 내려진 이날 결정에 대한 북한측의 대응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북한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든 "제네바합의 파기"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북한은 제네바합의에 따라 동결된 영변 핵시설 감시를 위해 상주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철수, 활동제약은 물론 궁극적으로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위협을 고조시킬 수 있다.

북한은 지난 93, 94년 핵위기 당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이라는 '초강수'로 맞서면서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공격 계획을 수립하는 등 한반도 위기가 가중된 끝에 결국 지미 카터 전미대통령의 방북 중재활동을 계기로 극적인 타협이 이뤄진 바 있다.

◇향후 전망=하지만 북한의 경제상황이 예전보다 악화된 상태에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경우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북한이 실제 행동으로 이같은 벼랑끝 전술을 펼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

북한이 말로는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실제 행동을 유보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북미간 물밑 대화의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번 대북중유 지원중단 결정으로 북미간 관계가 더욱 악화된 가운데 앞으로 남북, 북일간 대화채널이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협상은 없다"고 못박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의 체면도 살려주면서 미국과의 평화적인 핵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역할을 우리 정부나 일본이 떠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올 지, 이 사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지금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즉각적인 태도변화만이 사태 해결의 열쇠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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