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의문점

입력 2002-11-14 15:11:00

개구리소년 사건 타살 경위에 대해 경찰이 법의학팀 소견에 엇박자를 놓고 있다. 그러면서 경찰은 수사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범인은 어떤 사람일까=개구리소년 살해가 우발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데는 경찰도 법의학팀과 의견을 같이 했다. 어린 소년들이 금전.원한 관계에 얽힐 리 없어 별다른 범행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것.

그러나 법의학팀이 정신질환자 소행일 가능성을 높게 본 데 반해 경찰은 반대되는 판단을 갖고 있다. 범인이 2명 이상일 가능성이 큰 점, 아이들을 땅 속에 암매장한 점 등으로 미뤄 정신이상자 짓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 정신이상자 특성상 공범을 이루기 어렵고 조직적 은폐 능력이 없는데다, 당시 주변 정황으로 봐 어린이들이 산에서 여러명의 정신질환자와 동시에 마주칠 가능성도 적다는 것.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장 주변 주민에 의한 우발적 사건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동네 불량배, 강력 범죄 전과자, 개 사육자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외지인 밀렵꾼, 낚시꾼 등은 관련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범행 도구는 무엇?=법의학팀은 둔기와 날카로운 흉기가 함께 사용됐거나 '가장자리가 예리한 둔기'가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그러나 경찰은 "골절을 일으킬 정도로 둔탁하면서도 ㄷ자 모양의 예리한 상처를 낼 수 있는 범행 도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의학팀은 또 "두개골의 좁은 공간에 집중적으로 ㄷ자 모양의 상처가 난 것으로 봐 사제 산탄 공기총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경찰에 관련 수사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공기총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고 사실상 결론 내렸다. 현장과 가까운 성서공단에서 쇳조각.철사등을 임의 수거한 뒤 총탄으로 사용해 공기총 발사 실험을 해 봤지만 이를 맞은 돼지 두개골에서는 전혀 다른 흔적이 나타났다는 것.

경찰에 자문한 총포화약 안전기술협회 윤종영 검사팀장도 "어떤 사제 산탄이라도 공기총 위력으로는 뼈를 뚫고 나갈 수 없다"며 "사제 산탄 공기총에 의한 범행 가능성은 검토할 필요조차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때문에 수사본부 관계자는 "조각칼, 철근, 총기 꼬질대 등으로 추가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지만 수사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범행 도구조차 짐작할 수 없는데 무슨 수로 범인을 잡겠느냐는 것이다.

◇핏자국은 왜 없나=소년들이 타살됐는데도 왜 옷.유골, 주변 흙.돌 등에서는 핏자국이 전혀 나타나지 않느냐는 문제를 두고도 경찰은 의문을 제기했다. 법의학팀 감정처럼 머리 등을 수없이 찍히거나 맞았다면 많은 피를 흘렸을 것이지만, 지난달 감식 결과를 통보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혈흔을 발견치 못했다고 밝혔다는 것. 법의학팀 역시 두개골에서 외부 손상흔은 발견했지만 혈흔 검사에서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었다.

대구경찰청 조두원 수사과장은 "유골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법의학팀의 감정 소견 대로라면 당연히 혈흔이 발견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망 후 얼마나 지나면 혈흔이 없어지는 지에 관한 연구가 없어 국과수도 이런 상황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과수 남부분소 생물학담당 관계자는 매일신문 취재팀에 "혈흔은 오랜 기간 빗물에 휩쓸려 없어질 수 있고 흙 속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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