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캠퍼스-울산대학교

입력 2002-11-13 14:25:00

이동수(50) 울산대 입학처장은 지난 2월 홀아비살림을 자청했다. 부인과 두 아들이 있는 부산 집을 떠나 학교 앞 8평짜리 원룸으로 옮긴 것."학교에 좀 더 충실하고 싶어서"가 이유였다.

하지만 학창시절 기분은 엄두조차 못낸다고 엄살이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각종 회의에 참석한 뒤 일선 고교 관계자 면담.방문과 수업준비까지마치면 어느덧 자정이 가깝다.

"20여년만에 다시 '화려한 싱글'이 됐지만 솔직히 힘듭니다. 올해 수능시험을 치른 큰놈의 성적이 기대에 못미친 것도 제 탓같아 가장으로서 면목도 없고요".이 교수가 이처럼 가정을 포기(?)하게 된 데는 세계적 대학 육성을 목표로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 학교의 정책과도 맥을 같이한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부터 도입한 '말콤 볼드리지(Malcolm Baldrige) 기준'.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위해 지난 80년대 후반 미국 정부가 도입한범국가적 품질진흥정책 중 하나인 이 제도는 한마디로 수요자중심의 대학을 만든다는 비전이다.

"부문별 전략과제 설정 및 부서별 세부실행계획서로 짜여진 말콤 볼드리지기준은 일반적인 서비스.교육환경 개선계획과는 다릅니다. 실수요자인학생과 기업체 조사를 통한 피드백으로 꾸준히 품질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이죠. 울산대는 이같은 과정이 끝나는 2010년 국내 10위, 아시아 20위 내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울산대는 지난 70년 전문산업인력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울산공과대학에서 출발했다. '울산=현대도시'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이 대학도 현대그룹이 세운 대학. 현재 재단이사장도 정몽준 국회의원이다.

그래서일까. 울산대는 어느 대학보다도 유리한 산학(産學)협동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90년부터 교내에 울산테크노콤플렉스를 조성,지난 2000년 연면적 3천200평 규모의 산학협동관을 준공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산업자원부.울산시와 협조해 울산테크노파크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재학생들이 방학기간 등을 이용해 현장경험을 쌓는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집중 실시해 최근 3년간 취업률이 80%에 이르러 타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곤 한다.학생들을 위한 투자도 절대로 인색하지 않다고 이 교수는 자랑한다.

지난해의 경우 재학생 1만1천명 가운데 7천명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장학금제도가 정착돼 있고 7개국 26개 대학에서 해외 현장학습을 실시,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는 것. 특히 내년 2월 600명 규모의 기숙사가 추가로 준공되면 모두 2천명에 가까운 학생이 첨단시설을 갖춘 쾌적한 공간에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울산대의 진짜 자랑거리는 완벽한 시설과 높은 취업률 등이 아닙니다. 그건 바로 자율을 존중하는 학풍입니다.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학생과 교수들은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는 대학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자취방에 쌓여있는 빨래거리가 걱정이라며 일어서는 이 교수의 자랑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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