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시' 자존심 세우자

입력 2002-11-12 15:07:00

박찬호, 김병현 등의 진출과 활약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를 TV중계로 접한 야구팬들은 국내 프로야구가 시시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미국 프로야구가 재미있는 이유로 야구팬들은 야구 경기도 경기지만 훌륭한 시설의 구장에서 관중과 선수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점을 꼽는다.

올해 한국시리즈 3,4,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은 3만500명을 수용하는 규모로 만원을 이룬 관중들이 함성을 지를 경우 선수들의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킨다. 열광적인 응원과 환호는 선수들의 몸 속에 잠재된 승부욕을 강하게 자극한다.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의 선발투수로 4이닝을 잘 던진 전병호는 경기 직후 "잠실구장을 꽉 메운 관중들의 함성때문에 흥분됐지만 투구에 의욕을 불러일으켰고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국내 야구장 중 3만 이상 수용 구장은 잠실 외에 부산 사직구장, 올 시즌 문을 연 인천 문학구장 등 3군데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가 20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8개 구단 중 5개 구단의 연고지 구장이 1만2천~1만5천명 수용 규모에 그치고 있는 현실은 야구팬들을 안방에서 더욱 불러내기 힘들게 만든다.

이 때문에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계기로 대구에 넓은 주차장과 안락한 의자, 깨끗하고 편리한 편의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 야구 전용구장 건설이 시급하다. 최고의 부자구단이면서 '야구도시'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이 3만명 이상이 관람할 수 있는 전용구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대구 팬들의 자존심을 흔들고 있다.

삼성은 지난 90년대초 중반 전용구장 건설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다가 대구시의 소극적 입장에 막혀 현재의 대구시민구장 시설 개선에만 주력해왔다. 그러나 대구시민구장은 주차장이 부족한 데다 구장 편의시설도 낡아 야구팬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대구시민구장은 고교야구의 황금기인 60년대~80년대초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지만 프로야구중흥기를 향해 나아가는 현 시점에서는 적절치 못한 구장이다.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대구시와 삼성 구단이 3만 이상 전용구장 건설에 합의,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3만명 이상 수용 규모의 전용구장을 갖지 못한 연고지를 바꾸겠다고 한 것도 잘한 조치로 여겨진다. 대구시민들은 대구시와 삼성구단이 수용 규모와 시설 면에서 국내 최고의 전용구장을 건설해 프로야구의 진수를 선사하길 기대하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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