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처방-뇌졸중

입력 2002-11-12 14:26:00

날씨가 추워지면서 병원 응급실에 뇌졸중(중풍)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노인이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들은 뇌졸중 위험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시기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이상으로 인해 뇌조직이 손상받아 갑작스런 신경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그렇다면 왜 겨울에 뇌졸중 환자가 많을까? 날씨가 추우면 체열발산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되며 여기에 용변을 보면서 복압이 상승하는 등의 다른 요인이 작용, 뇌동맥이 혈압을 이기지 못해 뇌졸중이 발생된다.

▨뇌졸중은 어떤 병?=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으로 나뉜다. 허혈성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뇌조직에 산소와 영양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다. 출혈성은 뇌혈관이 찢어져 뇌 속에 출혈이 일어나 뇌조직이 손상받는 경우이다.

외국인의 경우 허혈성이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허혈성이 출혈성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뇌졸중의 증상은 손상된 뇌 부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대부분 신체의 한 쪽에 국한되는 것이 특징. 한 쪽 팔이나 다리를 갑자기 못 쓰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한 쪽 눈이 잘 보이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위가 빙빙 돌거나 어지럽다. 갑자기 머리가 심하게 아프거나 의식 장애도 발생한다. 이같은 증상이 있으면 뇌졸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뇌졸중 환자는 대구지역에서만 매년 6천여명이 발생하며 1천800명 정도가 뇌졸중으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산된다.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가능한 빨리 막힌 혈관을 뚫어야 한다. 혈전용해술은 뇌혈관이 막힌 뒤 늦어도 3~6시간 안에 이뤄져야 된다. 이 치료의 효과는 경과된 시간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발병 장소에서 응급실까지 이동, 진찰, 혈전용해술 시행에 필요한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촬영(MRI) 검사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호자는 발병 후 4시간 이내에 환자를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민간요법에 의존하거나 비전문 병·의원을 거치는 과정에서 시간이 경과되면 심한 후유증을 얻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다.

환자를 이송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허리띠, 셔츠 등 몸을 죄는 것은 느슨하게 풀어준다. 환자를 눕힐 때는 머리 밑보다 어깨 밑에 베개나 접은 수건을 받쳐 기도를 확보해 둬야 한다. 입 안에서 구토물이 발견되면 얼굴을 옆으로 돌린 뒤 구토물을 없애고 의치(틀니)는 빼놓도록 한다. 음식물이나 청심환 등 약을 먹으면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조심해야 할 사람들=뇌졸중을 잘 일으키는 위험인자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령,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지혈증, 운동부족, 경구피임약 복용 등은 뇌혈관 동맥경화의 대표적 원인들이다.

심근경색증, 부정맥, 심장판막질환, 심부전 등의 심장병 환자의 경우 심장 안에서 색전(핏덩어리)이 잘 생겨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 위험인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뇌졸중에 걸릴 위험은 높다뇌졸중의 예방은 위험인자를 꾸준히 줄여나가는데서 시작된다. 환자의 뇌혈관 상태와 심장병 유무, 나이 등을 고려해 적당한 양의 항혈소판제제나 항응고제를 이용하기도 한다.

▨혈전용해술이란?=용해제를 주입하는 경로가 동맥이냐 정맥이냐에 따라 구분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발병 3시간 이내 혈전용해제를 정맥에 투여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치료법은 쉽게 시행할 수 있어 발병 후 치료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어떤 환자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동맥내 혈전용해술은 혈관 조영술을 하면서 가는 관을 막힌 부분까지 접근시켜 혈전용해제를 투입하는 방법. 번거롭지만 혈관을 뚫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비교적 큰 혈관이 막힌 경우에 유용하다.

혈전용해술은 모든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뇌출혈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신경학적검사, CT, MRI, 혈관조영술 등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혈전용해 치료의 시행 유무와 치료 방법 등이 결정된다.

글: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정두교 교수(동산의료원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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