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대구 미래구상 과연...

입력 2002-11-12 14:55:00

11일 대구에서는 의미를 부여할만한 행사가 열렸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주최가 돼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마련한 '대구지역 발전을 위한 대선공약 및 정책 토론회'다. 1박2일동안 열린 이번 행사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나라당이 발표한 7대 지역 공약을 바탕으로대구가 지향해야 할 밑그림을 그려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경제 부총리를 지낸 김만제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크게 두가지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과거에 대한 반성이다.이젠 '빛 좋은 개살구'에조차 끼지못할 처지가 된 대구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판의 목소리다.

전국 최하위권의 경제지표를 나열하며'잃어버린 10년'(여의도 연구소 곽창규박사)을 거론하거나 아직도 미래상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이종현 경북대 교수)들이터져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반성은 전 인구(800만명)의 절반이 이민을 떠났던 아일랜드가 IT강국으로 새롭게 부상할 수 있었던 예를 되새기며 대구도 할 수 있다는 '아일랜드의 교훈'(송희연 전 KDI 원장)으로까지 이어졌다.

두번째는 이러한 자기 반성을 토대로 한 미래에 대한 구상이다. 한나라당이 최근 지역 선대위 발대식에 맞춰 발표한 대구테크노폴리스 조성과낙동강 프로젝트, 섬유산업경제특구, 한방바이오산업 등 굵직한 사업들을 묶은 7대 대선 공약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다.

그러나 결론을 앞당기면 반성은 상당히 진지했지만 미래의 구상은 '의문'이다. 솔직히 7개 사업 중 하나라도 제대로 성사된다면 지역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지만 투자계획이나 재원 확보, 구체적인 사업 계획 등 어느 것 하나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물론 사업 방향성에 대한 여러가지 방안들은 제시됐다.

이제 대선이 불과 37일 남았다. 지금 단계는 자칫 추상적인 담론 수준에 그칠 공약을 제시할 단계는 아니다.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대구의 미래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산업 구조 개편안을 담아 내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전국에서 대구만이 이러한행사를 열었다며 상당히 자부심에 찬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모 국회의원의 지적처럼 부산은 문화벤처도시로 인천은 국제물류도시로 광주는 광산업으로 대전은 과학연구단지로서의 도시이미지를 확보했다.

역으로 보면 아직도 미래상을 그려내지 못하는 대구만이 뒤늦게 '미래에 대한 구상'에 나선 셈이다. 뒤늦은 의욕이 또다른 '장밋빛 공약'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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