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교수 단기계약 시대(?)

입력 2002-11-12 14:58:00

지난 시절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대학들이 배출한 우수한 인적자원이었다. 선진국에서 들여온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고,생산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함으로써 고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은 독자적 창의력으로연구와 개발을 앞장서서 이끌 수 있는 고급 인력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학들은 선진국의 낡은 지식과 기술을 수동적으로 답습하면서 고만고만한 인력을 양산해내기에 바쁘다. 국가 발전을 주도해야 할 대학 교육이 뒤떨어져 있다는 비판에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는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이 352개나 되며, 올해부터는 대입 지원자 수가 입학 정원보다 적어 학생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속출하게 될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돼 왔다. 더욱이 편입학.군 입대 등으로 경쟁력이 약한 대학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이 때문에 대학의 부실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사립대학들이 교수 채용 계약 기간을 1, 2년 단기를 적용하는 추세여서 교수들의 신분 불안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가 더욱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들은 신임 교수의 절반 이상을 1년 이하의 단기 계약으로 뽑고 있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교수 계약제'가 이들을 통제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년 이하 계약직 전임강사가 16.0%나되며, 올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 한다.

▲이 같은 사정은 조교수 신규 채용에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 사립대학들의 1학기 신규 임용 교수 가운데 8.7%가 1년 이하의 계약직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포함한 2년 이하의 단기 계약 조교수는 전체의 63.1%에 이른다. 심지어 명문 대학인 이화여대의 경우 올해까지 3년간 신규 채용 교수의 80.7%가 1년 이하의 계약직이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세종대는 98.7%, 경주대는 93.1%, 한국외대는 91.4%를 1년 이하의단기로 임용한 것으로 나타나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의 부실화는 교육 정책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학의 경쟁력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도 오히려 역행해 왔을 뿐 아니라 이젠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한 경제논리만 앞세워 부실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형국이지 않은가. 창의적인 지식 기반의 원천은 대학이며, 대학 교육의 내용과 질은 국가의 장래를 예견할 수 있는 척도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대학의 경쟁력을 위한 다각적인 투자 마인드가 아쉽기만 한 현실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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