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의결 사태 '개혁 출발점'삼으라

입력 2002-11-12 00:00:00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씨가 국회의원직을 접으면서 "정치는 코미디다"했던 그말, 딱 맞았다. 의결정족수도 안되는 상태에서 40여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세상이 시끄럽자 본회의를 다시 열어 재의결키로 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회 생기고 처음있는'대사건'이다. 명색이 국민대표들이 한 짓거리니 박관용 국회의장의 사과 한마디에 속이 풀릴 국민들이 아니다. 이따위국회의원들이면 다음 총선때 다갈아치워도 시원찮다.

아마도 이것이 명백한 불법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대권이 달린 선거가 눈앞에 없었다면 '어물쩍 국회'로 그냥 끝났을 것이다.7, 8일 모두 오후 2시반쯤 본회의 시작땐 의원수가 과반수를 넘었다가 1시간후쯤 그 절반이나 줄어든 상태에서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번갈아가며 헛방망이질을 해댔으니 가관이다. 그 결과로 45건이 될지 50건이 될지모를 안건들이 '불법'이 되고 다시 본회의에 올려야만 하게 됐으니 해외언론의 토픽거리론 일품이다.

더욱 웃기는 것은 "본회의장 바깥 복도와 휴게실.화장실에 있던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의결정족수가 된다"며 버텼던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와 국회의사국의 낯두꺼운 강변이었다. 국회 출입기자들이 의원수를 세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가 없었더라면 이들도 최근 '게이트'의 사람들처럼, 또 물먹이고도 안먹였다는 검찰수사관들처럼 계속 오리발을 내밀었을 터이다.

선거가 무섭긴 무섭다. 그러나 선거가 무서워 반성하는 시늉이라면 차라리 그냥 가라. 시민단체들이 헌법소원 낼까봐 심통난 표정으로 다시 표결하겠다면 이 또한 자격미달이다. 국민이 믿고 따르는 법이란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정당한 절차에 의해제정되었을 때 비로소 합목적성을 가짐은 3공.5공을 통해 뼈아프게 겪어온 바 아닌가. 재의결 사태를 국회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으라.

우리는 박관용 국회의장이 밝힌 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사과를 지켜보겠다. '이의 없습니까? 탕-탕'으로 끝나는 주마간산(走馬看山)국회, 일사천리 국회가 얼마나 바뀔지 두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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