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을 향한 힘찬 도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달 26일부터 부산에서 7일간 펼쳐졌던 제8회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가 지난 2일 막을 내렸다.40개 나라 2천5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 62, 은 68, 동메달 60개로 중국(191-90-50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태국(금43)이, 4위는 일본(금33)이었다. 비장애인들의 아시안게임과 비교할 때 중국의 금메달 편중 현상이 더욱 심하고 태국이 일본을 제치고 3위를 한 것이 이채롭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20여명의 장애인 선수들이 육상.탁구 등 여섯 종목에 출전해 금7, 은7, 동메달 2개를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병영(탁구) 선수가 금메달 3개, 김대관(육상) 선수가 금메달 2개, 그리고 홍덕호(육상) 선수가 휠체어 100m 부문에서 세계 최고 기량의 태국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이번 대회는 성공적이었다고 대회 관계자들도 자평하고 내외신 기자들 또한 비슷한 평가를 내린 것 같다. 아시아 지역 장애인들이 참가해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며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성적에 관계없이 우정을 쌓은 감동적인 대회였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필자도 이런 평가에 대체적으로 수긍한다.
장애인 국제대회를 개최한 것 자체가 우리나라 장애인 스포츠계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하지만 이번 대회를 지켜보며 필자는 아쉬움과 안타까움 또한 감출 수 없었다. 이 대회 우승자들 역시 스포츠의 영웅이지만 시민들은 그저 인간 승리의주인공들로만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장애인 스포츠도 엄연한 스포츠다. 그들 역시 비슷한 신체 조건의 동료 장애인 중에서 선발돼 피눈물 쏟아가며 열심히 연습하고 우승한 스포츠의 영웅들이다.모진 연습으로 닦은 우수한 기량으로 다른 나라 선수들을 제친 아시아 장애인 스포츠의 1인자인 것이다. 단지 신체 장애를 극복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만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승부에서 이긴 스포츠 선수로 바라보지 않았다. 오로지 어려운 신체 조건을 극복하고 경기에 나선 감동적인 뒷 이야기만에만관심 있는 듯했다. 사격에서 심재용 선수가 5관왕을 차지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반면 메달을 따지못한 어떤 선수의 약혼녀에 대한 감동적인 비하인드스토리가 더 알려졌다.
물론 그런 감동스런 모습은 앞으로도 더 많이 다뤄져야 하고, 그런 면이 장애인 스포츠가 갖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선수 그들에게도 스포츠 선수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을 줘야 한다. 그들만의 우승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승리 그 자체에 대해 환호해 주고 사회적 보상을 마련해 줘야 한다.
장애인 스포츠의 발전은 그런 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승리에 대해 별로 기뻐하지 않는 스포츠를 누가 하려 하겠는가? "이런 큰 대회에서 금메달을땄는데도 주변에서는 몰라요…. 제가 연락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릅니다". 육상 종목에 참가해 금메달을 딴 한 육상 선수의 말 어디에서도 승리자의 자신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제 장애인 스포츠도 이긴 자의 환희와 패한 자의 눈물이 그대로 배어 있는 스포츠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럼으로써 더욱더 스포츠 본연의 진한우정과 감동을 높여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스포츠 경기는 승부의 질서가 있어야 감동과 기쁨이 더 커진다. 장애를 이기고 당당하게 경기장에 선 선수들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장애인들은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승부의 결과에 대한 합당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없는 한 장애인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이벤트성 행사로 영원히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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