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政治 입김에 누더기 된 '경제特區'

입력 2002-11-07 14:44:00

외국인 투자촉진을 위한 경제특구(特區)가 결국 제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일반구(一般區)로 전락했다. 한국을'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 정책이라는 당초의 취지는 온데 간데 없고 지역논리와 정치 입김에 휘말려 슬그머니 실종될 것으로 보인다. 호랑이(虎)를 그리려다 결국 개(狗)를 그리고 만 꼴이다.

국회 재정경제위는 6일 '경제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는데 '국제공항·항만 등 기반시설'을 설립 기준으로 인천송도·부산·전남광양 등 특정 지역에만 특구를 둘 수 있도록 한 알맹이 조항을 삭제해 버렸다.

따라서 경제특구는 전국 어디서나 설립 가능하며 시·도지사가 신청, 재정경제부 산하 경제특구위원회가 심의·의결함으로써 지정된다. 물론 경제특구 내에 입주하는 외국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세제 및 부담금 감면을 해주는 것은 물론 근로기준법상의 휴일·생리휴가에 대해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등 노동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의 특구 신청이 잇따를 경우 나름대로 근본 취지는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경제특구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제논리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점이다. 경제특구는 출발부터 말썽이 많았다.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채 당초 수도권 서부 3개 지역을 지목했으나 경남지역의 거센 반발로 부산·광양이 추가되고 뒤늦게 뛰어든 대구·경북지역도 추가 지정을 요구하며 정치권을 동원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역 갈등이 증폭되자 국회에서'특정 지역'을 아예 없애버려 결국 누더기 법안이 된 것이다.

우리는 국내 특정지역이 경제특구로 지정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기위해서는 한반도 전체가 '경제특구'가 돼야함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런데도 특정지역을 삭제한 법률안 통과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경제 법률이 정치적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동북아의 중심'은 그야말로 허상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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