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역별 난이도 분석-언어, 생소한 유형 많이 출제

입력 2002-11-07 00:00:00

올 수능시험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밝힌 주요한 출제 방향은 "보다 참신한 소재를 발굴해 출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을 다수 출제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교과서 밖의 내용이 대거 출제됐고, 이미 출제된 소재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거나 변형하는 방식으로 다시 출제됐다.

시험에 낼 만한 '재료난'에 시달리는 평가원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평가원의 이같은 출제방향은 수험생들에게 엄청난 혼란으로 다가왔다. 특히 언어영역에서는 교과서 밖 지문이 많이 제시되고 생소한 유형의 문제도 많이 출제돼 많은 수험생들에게 최악의 영역이 돼 버렸다.

◇언어영역

1교시가 끝나자 수험생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쉽게 출제되리란 당초 예상과 달리 수험생들이 겪은 체감 난이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점수를 맞춰보기 위해 수험표 뒷면에 답을 적어오지 못한 수험생이 대부분일 정도로 시간 부족에 시달렸다.

이는 전반적으로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 또 교과서 관련 지문이 줄어든 반면 대학 교양 수준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철학, 예술 등의 주제를 다룬 지문이 다수 선정돼 수험생들을 당황케 했다. 또 학교 교육에서 소홀하게 다뤄졌던 '농가', '창선감의록' 등 고전작품도 지문으로 제시됐다.

듣기와 쓰기에서는 스포츠, 옷 광고, 디지털 방송, 출생률 저하 현상 등 실생활과 가까운 소재가 주로 활용됐다. 듣기 영역에서는 문제와 답지까지 모두 듣고 푸는 이른바 '소리답지형'도 도입됐다. CD-ROM 국어사전 사용에 관한 문제나 출생률 저하와 인구정책에 관한 글쓰기 문제 등은 새로 시도된 유형이다.

출제위원회는 "작년 난이도를 유지하거나 그보다 약간 쉽게 출제하고자 했다"고 밝혔지만 수험생들의 실제 점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수리영역

1교시에 울음을 터뜨릴 뻔한 수험생들이 그나마 기분을 추스를 수 있을 정도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낯선 문제 유형이 별로 없어 접근 방법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으며 복잡한 계산과정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실생활과 관련시킨 문제가 여럿 출제됐다. 그러나 복합적인 지식이나 고차원적인 사고력보다는 일상생활의 문제를 수학적으로 표현하거나 수학적 표현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둔 문제들이었다.

평이한 문제와 중위권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중간 난이도 문항이 작년보다 늘었지만 고난이도의 문항도 함께 출제됐다.

어렵게 출제됐던 작년에 비해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개념만 잘 이해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돼 수험생들로서는 언어영역에서 놓친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사회탐구 영역

언어영역과 함께 수험생들의 발목을 잡은 영역이 됐다. 특히 선택 비율이 가장 높은 사회문화가 작년보다 어렵게 출제됐으며 윤리와 경제도 어려워져 수험생들 사이에 선택과목에 따른 희비가 엇갈렸다. 대부분의 입시전문기관들이 점수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공통과목은 환경문제, 인터넷 중독 등과 같이 시사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 정도를 묻는 문제가 많아 크게 어렵지 않았으나 위정 척사와 나선 정벌 관련 문제(국사), 다양한 윤리사상 문제(윤리), 가상 등고선으로 실제 거리를 구하는 문제(한국지리) 등은 까다로웠다. 윤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윤리사상 문제가 집중적으로 출제된데다 사상들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어려웠으며 통일 문제 역시 구체적인 합의문 내용을 다뤄 쉽지 않았다.

선택과목 가운데 정치, 세계사, 세계지리 등은 전반적으로 쉬웠으나 사회문화와 경제는 풀이가 쉽지 않았다. 특히 사회문화는 제시된 자료가 비교적 새로운 것들로 가족법 개정에 따른 친족 범위의 변화를 묻는 문제 등은 난이도 상승을 이끌었다.

◇과학탐구 영역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쉽게 출제돼 학교 수업에 충실했던 학생이면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의 문항이 대부분이었다. 소재 역시 모의고사에서 다룬 눈에 익은 것들이 많았으며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보다는 단순 자료 분석형 문제들이 많았다.고교 교육과정 전 범위에서 골고루 출제됐으며 일상 생활에서 과학과 관련한 문제 인식, 과학적 탐구요소인 가설 설정과 실험 설계, 자료 분석, 결론 도출 등이 고르게 출제됐다. 실험의 중요성을 고려해 실제로 실험을 해 본 수험생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

◇외국어 영역

제시문이 긴 문제들 때문에 시간 조절이 쉽지 않았지만, 작년과 문제 유형이 비슷한데다 난이도 역시 거의 비슷해 수험생들 사이에 큰 혼란은 없었다. 기존에 출제된 문제들을 다소 변형하거나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2, 3개 있었지만 전체 성적은 다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듣기는 원어민의 대화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측정하고, 말하기는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능력을 주로 측정했다. 70~100단어 안팎의 대화 내용으로 지문이 구성됐다.

읽기는 어휘와 문법 지식을 토대로 지문의 단서를 활용,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평가했으며 쓰기는 지문을 이해하고 글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했다. 200단어가 넘는 긴 지문도 포함됐다.

내용면에서는 인문, 사회, 자연 등의 소재가 골고루 활용됐으며 시사성 있는 문제도 상당수 출제됐다. 손가락 그림을 통한 상황 설명, 적절한 예절 상황을 묻는 문제, 문단 맞추기 문제 등은 수험생들에게 다소 생소해 까다롭다는 반응이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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