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처방-간질, 유전 발병은 드물다

입력 2002-11-05 14:26:00

1990년대에 들면서 국내에서도 간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간질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들이 양성되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들은 간질 전문 클리닉을 설치하고 환자의 진단,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의 일상생활, 결혼 및 임신, 간질환자가 아기 돌보는 법, 수술시 항경련제를 사용하는 법, 간질 발작 공포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법 등 여러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간질 환자는 물론 그 가족 대부분은 병 자체를 숨기려 한다. 간질은 나쁜 병이며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유전병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간질 환자들은 병원에 가도 유용한 정보를 얻거나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때문에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하거나 무자격 의료인이 만든 성분 불명의 비싼 약을 사서 복용하는 사람도 많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간질의 유병률은 0.5~1%.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일가 친척 중 대개 한 두명의 환자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에는 간질 환자가 3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세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75%에 이른다. 특히 출생 후 4세까지가 30%로 가장 높고 20세가 지나면 차차 낮아진다. 요즘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발생한 간질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

신경계 이상으로 경련발작을 일으키는 간질은 오래 지속되는 병이다. 간질 발작은 여러 원인에 의해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잉 흥분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간질은 유전병일까?

유전으로 인한 발병은 드물다는 게 그동안의 연구결과다. 성인에게 나타나는 간질의 원인은 머리외상, 뇌졸중, 뇌기형, 뇌종양, 뇌막염, 뇌염, 뇌종양, 알코올이나 중금속 중독 등의 순이다. 소아의 경우 가장 흔한 원인은 뇌손상. 태어날 때 질식이나 두개골 내 출혈로 인해 생길 수 있고 머리 외상이나 뇌염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열성경련(경기)으로 간질에 걸린다. 그러나 이처럼 원인이 드러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간질 환자가 발작을 일으키기 쉬운 원인으로는 수면부족, 과로, 정신적 스트레스, 고열, 과음, 월경, 출산, 임신 등을 꼽을 수 있다.

간질은 크게 국소성 발작과 전신성 발작으로 나눈다. 국소성 발작은 발작이 뇌의 국소 부위에서 발생하는 경우이며 전신성 발작은 대뇌 전체에서 동시에 발작이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간질 발작의 양상과 뇌파검사 결과를 보면 어떤 유형의 간질인지 구분할 수 있으며 이는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중요한 열쇠다.

간질을 치료하는데는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약물로 조절이 안되는 환자에겐 수술이나 미주신경자극술, 케톤식이요법 등을 활용한다. 환자의 80% 정도는 약물치료로 발작 없이 정상생활이 가능하며 이 중 과반수 이상은 일정기간 약물복용 후 약물을 중단해도 발작없이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약물치료가 효과없는 약물불응성 환자의 과반수 이상은 수술로써 완치되거나 또는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미주신경자극술은 목 부분을 지나가는 미주신경에 전극을 장치해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 1990년대 후반에 개발된 이 치료법은 아직 효과가 약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케톤식이요법은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식이요법. 주로 지방성분만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르나 좋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글·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김지언 교수(대구가톨릭대의료원 신경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