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정인열 사회2부-한우 농의 외로운 투쟁

입력 2002-11-05 00:00:00

"위기의 한우산업을 지키기 위한 우리들의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지난달 31일부터 경북을 비롯 전국 한우농민들이 날마다 30~50여명씩 경기도 부천축협 사무실에서 번갈아 가며 외로운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쌀과 함께 한민족 5천년을 대표하는 농산물로 여기며 이들이 지켜내려는 한우산업이지만 대부분 언론과 국민들이 관심조차 갖지 않기에 이들의 투쟁은 더욱 처절하다.

이들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은 지난해 1천300여마리에 이어 올해도 지난달 4일 호주산 생우 563마리가 수입돼 인천검역소에서 검역을 마치고 같은 달 22일 경기도 화성시의 ㅌ목장으로 옮겨진 뒤 일반농가 입식을 기다리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31일 구성된 생우수입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전국한우협회 시·도 지회장 및 시·군 지부장 등 한우사육농민들은 "생우수입이 계속되면 한우산업기반이 붕괴된다"며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우농가들이 경계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현재 한우 사육두수가 모자라 값싼 생우를 수입, 일반농가에 분양하면 짭짤한 수익이 생기고 수입소도 6개월만 키우면 국내산 쇠고기로 팔 수 있어 가뜩이나 왜곡된 유통구조상 한우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와 함께 생우수입에 따른 수익소문이 퍼지면 대기업 등 국내업자들이 잇따라 생우수입에 뛰어들어 결국 한우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두려움이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한우사육 농민들은 9월부터 250t상당의 사료를 수입생우에게 공급하는 부천축협에서 "농민을 위한 농·축협이 한우산업을 죽이는 생우에 사료를 공급하는 것은 반농민적 행태"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대위측은 농축협의 부천축협 사료거래중단을 촉구하고 부천축협 조합장의 퇴진투쟁을 결의하고 수입생우에 사료나 축산 기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에 대해 적극적인 저지에 나서고 있다.

경북지역 시·군지부장 등 5~6명과 교대로 철야농성에 들어간 전국한우협회 남효경 대구경북지회장은 "축산인들의 협조 없이는 한우산업 지키기가 어려운 상황이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축산인 단결을 요청했다. 온 국민이 대선정국과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 휘말려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들의 싸움은 우리 농산물이 밀려드는 수입농산물과 벌이는 힘겨운 싸움의 한장면을 연상시키며 끝나지 않은 UR악몽을 되새겨주고 있다.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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