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2세 작가 현월씨

입력 2002-11-04 14:27:00

"영화 '대부2'의 첫 머리에 시칠리아섬의 한 가난한 소년이 배를 타고 뉴욕에 도착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소년은 마피아의 박해로부터 도망쳐 온 것이었죠. 나는 이 영화를 몇번이고 보면서 아버지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2일 대구에서 열린 세계문학제를 위한 한국문학인대회에서 '일본 속의 한국문학'이란 주제의 발표를 한 재일교포 2세 작가 현월(玄月·37·한국명 현봉호·사진)씨는 이 영화에서처럼 제주도에서 오사카로 건너온 아버지가 바로 자신의 문학적 맹아라고 밝혔다.

재일한국인, 그것도 제주도 출신이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의 이카이노에서 자랐다는 그는 "대구 날씨가 오사카보다 아주 맵지만, 문학열기만큼은 뜨거운 것 같다"며 난생처음으로 대구를 방문한 소감을 밝혔다.

현월씨는 지난 2000년 1월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하면서 고국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 당시 수상작인 '그늘의 집'(가케노 스미카)은 재일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오사카의 집단 취락지에서 살아가는 한 노인의 일상을 통해 재일교포 사회의 삶과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문학동네의 한국어판이 나와 국내 독자들에게도 소개된 적이 있다.

현월씨는 "재일 한국인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것도 기쁘지만, 고국에서 이렇게 좋은 평가를 해줘서 더욱 기쁘다"며 "이제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부모님은 아직도 한국 국적을 가지고 한국의 고유 풍습을 지키고 살지만, 자신은 솔직히 조국에 대한 거리감이 없지 않았는데 수상과 몇 차례의 고국방문이 자신이 한국인임을 각인시켜줬다고 했다.

소설을 처음 쓰려고 마음 먹은 것이 10년전으로 윌리엄 포크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그는 이때 '상상력이란 연상력'이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상상 속의 많은 인물들을 여러 장면에 등장시켜 마치 영상처럼 펼쳐지는 순간들을 문자로 표현하는 독특한 소설작법을 가지게 됐다는 것. 그는 소설 쓰기를 조각작업에 비유하기도 했다.

교과서 왜곡이나 총리의 신사참배 등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작가는 적어도 젊은 일본인 세대들에 의한 한국인 차별은 이제 없다, 일본사람들은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급급할 뿐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범상하지 않은 필력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유명 소설가가 된 현월씨는 앞으로 자신과 같은 재일교포 2세 세대의 청년을 주인공으로 장편을 써보고 싶다며, 소설을 사랑하는 대구의 독자들도 기대해 달라고 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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