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아무래도 '돈선거'를 하겠다는 심보다. 선거공영제를 하면 후보마다 기백(幾百)억원 미만이면 될텐데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개혁선거법안을 하나같이 소 닭쳐다보듯 하는걸 보니 이회창.노무현.정몽준의 빅3 세후보가 저마다 그 다섯배 열배씩은 쓰겠다는 심산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불법동참의지가 이렇게 강해서야 '부패강국'의 오명씻기는 애시당초 글렀다.
중앙선관위는 이미 지난 9월초에 개혁선거법안을 국회에 내놓았다. 합동광고.TV대담.정책토론회의 신설과 가두연설 폐지 등으로 국가가 선거비용의 상당부분을 대어줄테니 타락.과열선거 그만하자는 것이었다.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내놓았다. 각 후보정당의 선거자금 입출을 선관위에 신고된 '단일계좌'를 통해서만 하자는 것이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백번지당한 이제안을 거부하기 낯뜨거웠던지 일단 이를 논의할 정치개혁특위 구성에 합의까지만 해놓고는 10월31일 특위구성 시한을 고의적으로 넘겨버렸다. 정기국회 일정이 오는 8일로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는한 선거법개정은 텄다. "아, 9일부터는 우리도 선거운동해야지 특위하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의 볼멘소리는 벌써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소리다.
이렇게 되면 16대 대선(大選)도 금품.타락에 죽기살기식 싸움이 뻔해 보인다. 이번 선거의 법정선거비용 상한액은 후보당 350억원이 예상치다. 97년 대선때 김대중.이회창.이인제 진영은 261억~129억원씩만 썼다고 신고했다. 그때 법정제한액은 310억원이었다. 세후보 모두 합쳐 600억원도 안썼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다. 결국 16대 대선도 '거짓말대회'로 치러질 판이다.
우리가 거는 마지막 희망은 이달 17일 선거비용 제한액 공고시한까지라도 개정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선관위가 요구하는 반의 반만이라도 말이다. 정치권이 개혁에의 의지와 결단만 있다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 후 후보마다 가짜영수증 만들기, 장부 끼워맞추기에 또 법석을 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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