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49일 앞둔 한나라당의 표정은 야당으로서의 긴장감을 찾아 보기 어렵다. 병풍 공방이 한창이던 한달 전 당시의 절박감은 온데 간데 없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아침마다 열리는 선거전략 회의는 요즘들어 제시간에 열린 경우가 거의 없다. 10여분 이상 지연된 적도 허다하다.
게다가 공식 석상에서 당직자들이 반농조의 반말섞인 농담을 건네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당내에서조차 "표정관리는커녕 내놓고 여당 행세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고위 선거전략회의. 전날 중앙당 후원회가 성황을 이뤘던지 이규택 총무는 회의도중 뜬금없이 기자들을 향해 "박희태 최고위원이 1억원을 납부키로 약정했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박 위원은 "자세히 봐라. 0자가 빠졌다"면서 "1억원이 아닌 10억원"이라고 해 좌중을 웃겼다.
국회 상임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4조2천159억원이나 늘려잡은 것도 1차적 책임은 야당인 한나라당에 있다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수권을 예약한' 예비 여당의 입장에서 맥빠진 예산심의를 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 정권 집권 이후 해마다 한나라당이 수조원을 삭감하겠다며 국회 예결위를 파행시켜 왔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당내에서조차 "어차피 집권하게 되면 우리 정부 예산이 될텐데 삭감할 필요가 뭐 있느냐"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신영국 국회 건교위원장은 29일 "예산증액은 안된다. 선심성 지역예산을 늘리지 말자고 의원들에게 호소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한나라당이 욕을 얻어 먹어도 할 말이 없다"고 개탄했다.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난 4년 내내 정부예산을 삭감하느라 억지생떼를 쓰던 한나라당의 태도변화는 한마디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같은 당내 분위기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 지도부가 부랴부랴 "증액편성은 없다"고 선언한 것도 당 안팎의 비난여론을 뒤늦게나마 의식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가 표정관리에만 그칠지, 그렇지 않으면 심기일전의 계기가 될지 궁금하다.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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