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합 도산법, '면죄부'안돼야

입력 2002-10-30 14:44:00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등 3갈래로 흩어져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현행 도산(倒産)제도가 '통합도산법'으로 합쳐져 일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우리나라 도산제도는 "그래도 기업은 살려야한다"는 주장과 "부실기업 조기 퇴출론"이 팽팽히 맞서왔다.

법률마저도 3개로 나뉘어 일관성을 잃는 바람에 그 틈바구니에서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재경부와 법무부가 29일 '통합 도산법안'을 마련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않다.

통합도산법의 골자는 화의제도 폐지, 법정관리기업 경영권 보호, 개인회생제도 도입이다. 화의제도는 그동안 부실기업의 연명수단으로 악용돼 폐해가 적지않는 제도다.

화의는 채무기업이 임의로 그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고, 기존 경영진은 경영권과 신용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채권자도 파산에 비해 유리한 배당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무엇보다 법적 구속력이 없어 채권자와 채무자간 교섭력에 의해 그 결과가 좌우되는 등 공정성이 결여돼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또 기업의 경영권을 박탈한 법정관리제도를 개선, 성실한 기업인에게는 경영권을 잔류시키는 쪽으로 탄력성을 부여한 것도 경영 '노하우'를 인정한 합당한 논리다. 특히 개인 채무자가 5년간 성실히 빚을 갚으면 나머지 부채에 대해 면책해주는 개인회생제도 도입은 최근 개인불량자 양산에 따른 사회문제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제의 경우, 관련 제도개선 못지않게 운용의 효율성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도산한 기업주나 개인 채무자는 분명 모든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 따라서 통합도산법은 선량한 경제 주체를 엄선하여 보호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무리 화의제도를 폐지해도 법망을 교묘히 피해 이를 악용하려는 사례는 여전히 남을 것이다. 특히 개인회생제도가 채무자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된다. '통합도산법'은 시장경제 원리에 기초하여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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