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관련 소송 10건 중 6건 꼴로 환자측이 승소하며, 승소율도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의료사고 때는 가족들이 해당 병원에서 시위하다 되레 피의자가 될 소지가 있는만큼 소송에 의존토록 법조계는 조언했다.
◇의사를 이긴 환자들=자궁 외 임신 때문에 난관이 파열돼 쓰러졌던 ㅇ씨는 한 종합병원 응급처치에서 수혈 지연으로 뇌손상을 입고 언어장애 등 후유증을 안았다. 가족들이 의료과실이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은 최근 "수혈을 지체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병원측에 1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혈액의 동종 여부만 확인한 후 응급수혈하는데는 대개 10분 정도면 가능함에도 의료진은 ㅇ씨에게 30분이나 수혈을 지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수술용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식물인간이 된 ㄱ씨 가족들도 최근 승소, 1억3천여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법원은 "건강에 별 이상이 없던 ㄱ씨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원인을 병원측이 설명하지 못했다"며, "마취 때 의사가 기본적인 검사를 소홀히 했고 이상증세가 나타났는데도 무리하게 수술을 진행해 뇌 산소 공급 부족으로 식물인간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소송건수.환자승소율 모두 증가=2002년 사법연감(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01년 전국 법원에 제기된 의료 소송은 1심 666건, 항소심 150건, 상고심 42건 등 합계 858건으로, 전년 737건보다 16.4% 증가했다. 재판이 끝난 1심 585건 중 원고(환자측) 승소율 역시 62.4%로 전년(56.7%)보다 5.7%포인트 높아졌다.
의료소송 증가율은 대구지법 접수분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34건에서 2001년엔 127건으로 4배 가까이 급증한 것. 제11민사부(소송가액 1억원 이상) 제12민사단독(1억원 이하) 등 의료전담 재판부가 잇따라 생기고, 과거와 달리 지역 변호사들이 의료소송을 적극적으로 수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전담 재판부 설치는 서울지법에 이어 두번째이다. 대구지법에서의 환자 승소율도 높아, 조정 등을 포함해 12단독에서 올해 처리한 5건 중 4건에서 환자가 승소해 승소율이 80%나 됐다.
법원 관계자는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 가족들은 대부분 의료소송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생각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병원측이 사고 책임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원칙이 적용됨에 따라 환자측 승소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사고 환자측 주의할 점=전문 변호사들이 조언하는 의료사고 피해자측 행동 지침은 다음과 같다.우선 진료기록 열람을 신청 해 차트를 확보해야 한다. 환자측의 의무기록 열람.사본교부는 병원이 거부할 수 없도록 의료법이 규정하고 있다. 진료상황이나 병원의 처치내용에 대해 담당 의사에게 설명을 요구해 그걸 기록하거나 녹음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 환자가 생존해 있으면 가능한 한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사망했으면 반드시 부검하는 게 바람직하다.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인터넷을 통해 사연을 유포할 경우 업무방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사건 처리에서는 형사 고소보다는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하는 게 유리하다. 형사 고소에선 의료사고 전문 수사인력이 많지 않아 환자측이 이길 확률은 10%도 안된다. 반면 민사소송 경우 피고(병원.의사)가 먼저 사고경위를 진술해야 하므로 환자측이 유리하다. 의료 소송은 피해 발생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사고 발생 10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한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는 "전문가와 상의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만 소송을 제기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푸는 것도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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