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시와 음악

입력 2002-10-28 14:16:00

음악(music)의 어원은 시, 춤, 역사 등을 관장하는 그리스 여신인 뮤즈이다. 이들이 어우러진 즐거움을 표현하는데 선율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처럼 시와 춤은 음악의 주요한 요소였다. 원시시대에는 의식과 제사, 그리고 축제 등에서, 고대에는 그리스·로마 신화와 비극에서 음악을 찾을 수 있다. 중세에는 성악곡에 바탕을 둔 교회음악이 그 중심을 이루었다. 춤곡에서 비롯된 기악음악은 근대에서야 발달하게 되었다.

시와 노래가 중세의 방랑가인이자 음유시인에게는 분화되지 아니한 종합예술 그 자체였다. 바로크시대 이래 발달된오페라 역시 가사(문학)와 몸짓(연극) 그리고 노래(음악)가 함께하는 복합예술이다. 하지만 이 가극의 경우 음악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시와 음악'의 중심에는 예술가곡이 있다. 가곡은 시의 음악적 표현으로서 가사와 노래 및 반주가 대등한 조화를 이룬다.

무한한 환상의 움직임 속에서 주관적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음악과 서정시가 예술가곡의 전성기를이루었음은 당연하다. 빌헬름 뮐러의 서정시를 가사로 한 슈베르트의'겨울 나그네'와 아이헨도르프의 서정시를 가사로 한 슈만의'연가곡'등이 그러하다.

'겨울 나그네'는 죽음의 어두움이 스며든 낭만적 애수로 가득 찬 작품이다. 반면에 '연가곡'은숲과 산, 시냇물, 새, 봄, 밤 등 주로 자연을 노래한다. 이처럼 시와 노래, 즉 시문학과 음악의 예술적 결합과 변용은 운율과 선율의조화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필자는 문학과 음악예술의 본질을 명료하면서 고정된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끝없는 동적(動的) 미완성의 세계에서 찾고자 한다.그렇기에 오늘도 하이네의 서정시집을 펼쳐들고 시어(詩語)의 음악성을 음미한다.

그의 '로렐라이'는 그 자체가 민요가 되었지 않은가? 음악가 같은 시인, 시인 같은 음악가라는 소녀시절의 꿈을 내면 속에 고이 간직한 채 말이다.

비록 낭만주의자는 아니지만,한 음악가로서 끊임없이 변신을 추구하고자 함은 시와 음악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되었음을 굳이 감추지 않겠다.

(계명대교수·오르가니스트) 권언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