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득없는 '개구리 소년' 수사

입력 2002-10-26 00:00:00

"어린 자식을 잃고 비통해 하는 유족들과 많은 관심을 갖고 수사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께 송구스럽습니다. 한달동안 수사했지만 궁금증을 속시원히 밝히지 못했습니다". 25일 오전 개구리소년 사건 수사본부가 한달에 걸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전 대구경찰청 조두원 수사과장은 머리부터 조아렸다. 사건을 수사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하나도 제대로 못 내놔 미안하다는 것.

지난 한달간 밤낮 없이 거의 상주하다시피 해 왔던 취재기자들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 수사에 진척이 없다보니 기자들은 수사형사들을 원망할 때도 없지않았다.25일에도 결국은 "아무 성과도 못 내놓으면서 중간 발표는 뭣하러 하느냐"는 원망이 형사들에게로 향했다.그러나 한 형사는 "11년전 사건인데 지금 와 할 수 있는 수사가 뭐 있겠느냐"고 했다.

사건 당시 현장 주변 거주자들을 어렵게 찾아내도 11년 전을기억하지 못해 대부분 허탕치고 돌아오기 일쑤이지만 수사할 방법이 별달리 없으니 그런 일이라도 해 보는 것이라는 얘기.중간 수사결과 발표장에서도 수사 형사들은 구석구석에 모여 답답함을 나누고 있었다.

"수사를 하다 보면 조그만 단서라도 나올 법한데 이렇게 아무 것도안 나오는 사건은 처음이야" "완전히 눈 감고 걷는 기분이야. 누구를 상대로 수사해야 할 지조차 모르겠어". 얼굴엔 절망감까지 엿보이는 듯했다.

뭔가 찾아낼 것으로 기대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 결과에서도 별 소득이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곤 법의학팀의 조사 뿐. 그러나 26일 수사본부에는 법의학팀조차 사건에 단서가 될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흘렀다. 연인원 32만1천여명을 투입했던 개구리소년 사건, 역사적으로도 단일 사건 중엔 최대라는 이 사건이 점점 안개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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