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이사회 대표의 궁색한 변명

입력 2002-10-25 00:00:00

24일 오후 3시 (주)대구시민프로축구단의 감독 선임을 위한 제3차 이사회가 열린 대구상의 3층 회의장. 예년의 가을 날씨보다 차가워진 바깥 날씨만큼이나 실내인 이곳에도 찬바람이 돌았다.

소위원회 회의가 길어짐에 따라 이사회가 예정보다 30분 늦게 시작된데다 축구단이 의도한대로 감독 선임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사회를 주재한 노 대표이사는 준비 소홀과 감독 선임 작업이 독단적이었음을 지적하는 이.감사들의 호된 질타에 아마 서너번은 진땀을 흘렸을 것이다.

그런데 노 대표이사는 감독이 결정된 후 "그동안의 감독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이사들의 지적에 '언론의 앞서가기 경쟁'때문에 빚어진 일로 책임을 돌렸다.

가볍게 받아넘길 수도 있지만 지역 축구단을 사랑하고 앞날을 걱정하는 측면에서 노 대표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축구단과 대구시민을 대표하는 조해녕 대구시장은 초대 감독을 박종환씨로 정해 놓고 출발했다 지난 17일 제2차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권한으로 되어 있던 감독 선임권이 '소위원회의 복수 추천 후 이사회 의결'로 정관에 추가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도 전에 노 대표이사와 조 시장은 18일 대구에서 박 감독을 만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협의했던 것.

한참 잘못된 일을 저질러 놓고 축구단은 이날 소위원회와 이사회를 30분 간격으로 소집, '들러리'가 되어 줄 것을 주문한 셈이 됐고 이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승부사'로 불리는 박 감독을 "자격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기자는 없을 것이다. 이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민구단을 표방한 축구단이 절차를 어기고 감독을 결정해 놓고는 각계에 도와 달라고 주문하는 형태로 일을 추진해서는 안된다. 축구단 창단 작업은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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