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타결-지역경제 파장·업계 반응

입력 2002-10-25 00:00:00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4일 전격 타결돼 우리나라도 FTA의 첫 단추를 뀄다.이로써 국내 자동차, 철강, 전자, 섬유업종 등은 장기적인 혜택을 기대할 수 있으나 포도, 복숭아, 돼지고기 등 일부 농산물의 피해가 우려된다.

그러나 쌀과 사과, 배 등 과실류 일부 품목은 자유화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늦춰져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첫 FTA 타결로 세계적인 자유무역 조류에 편승해 향후 다른 국가와의 FTA 체결추진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고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해 대칠레 시장진출에 유리한 기반을 확보했다.

향후 제조업 전체의 대칠레 수출증가액은 6억3천600만달러로 수입증가액 2억500만달러를 능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특히 자동차, 금속제품, 기계설비의 수출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자동차 부품·철강

대구·경북지역은 제조업분야 대칠레 수출액이 미미한 상황에서 자동차, 철강 파이프 등 품목의 완전 자유화와 자동차부품, 섬유업종 등의 단계적 자유화에 따른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의 대칠레 수출액은 섬유직물 1천168만3천달러, 수송기계 142만6천달러, 안경 110만4천달러, 산업기계 21만3천달러, 비철금속제품 11만2천달러, 플라스틱제품 10만2천달러 등이며 나머지 품목은 모두 10만달러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수출액도 섬유직물 702만8천달러, 수송기계 136만6천달러, 안경 25만5천달러, 플라스틱제품 21만5천달러 등이다. 지역 제조업계는 자동차부품, 섬유, 기계설비의 대칠레 시장진출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시장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장충길 대구경북기계조합 부장은 "기계설비 수출은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칠레 등 남미쪽에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며 "FTA 체결로 인해 수출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칠레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수 대구경북견직물조합 상무는 "섬유류의 경우 5~13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므로 FTA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칠레의 섬유구매력은 매우 취약해 장기적인 시장진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도 향후 대칠레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일본을 추월하고 5년 뒤 자동차부품의 관세가 완전 철폐될 것에 대비해 칠레시장 확대방안 마련에 나섰다철강관련 업계는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의 이점을 챙기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입부문의 경우 칠레에서 올해 70만t(1천890만달러)의 광석을 수입할 포스코가 협정발효와 동시에 2003년부터 수입관세 1%가 철폐됨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칠레에서 수입하는 철광석은 포스코 코렉스 공장용 펠릿광으로 코렉스 공장의 생산능력이 연산 60만t 정도여서 수입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수출부문에서는 국내산 철강파이프류가 일부 보내지고 있으나 물류비용이 높아 수출비중(전체수출의 1.6%, 970만6천달러)은 높지 않은 편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중간소재라는 철강제품의 특성상 부가가치가 높지 않아 관세가 폐지돼도 가격경쟁력에 큰 변동이 없고, 물류비용이 높아 교역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휴대전화·가전·벤처

무관세 혜택을 입게 된 전자업계와 휴대전화업계와 저작권 보호가 강화될 벤처업체는 칠레시장 공략에 가장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은 칠레에서 애니콜의 신화를 다시 쓴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휴대전화 등 대 칠레 수출의 66% 비중을 차지하는 공산품목에 대한 관세(평균 6%)가 철폐돼 휴대전화의 수출이 가속도를 낼 것으로 회사측은 반기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공장 심원한 부장은 "칠레는 브라질과 함께 지난해부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신흥시장으로 부각돼 이번 FTA 타결로 휴대전화가 무관세화 되면 현재 삼성과 LG의 연간 20만대 수출이 2년뒤에는 50만~60만대 수준으로 늘 것"이라 전망했다.

구미상의 곽공순 부장은 "휴대전화와 함께 양허품목으로 합의된 구미공장의 TV와 VCR 등 가전제품(현 7% 관세)이 무관세가 되면 시장점유율이 더 확대될 것"이라 분석했다.

지역 IT(정보기술)·벤처 업계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반기면서도 보다 효과적인 시장공략 대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KOTRA 초청으로 남미 순회전에 참여하고 있는 (주)구봉정보기술은 이번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계기로 남미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무희 대표는 "하나로캠 등 해외시장의 반응이 좋은 제품의 아시아권 위주 수출을 칠레를 중심으로 한 남미로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중앙연산처리장치(CPU) 보드 전문업체 (주)맥산시스템 역시 미국, 유럽 위주의 수출노선을 남미지역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특히 맥산은 내달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컴덱스에 선보일 세계 최소형 컴퓨터 드림스테이션 시리즈를 칠레를 포함한 남미 바이어에게 집중 마케팅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주)아이씨코리아도 이번 자유무역협정을 계기로 아르헨티나로의 간접수출에서 벗어나 칠레를 통해 남미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자동차경주게임 전문업체 (주)KOG는 남미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미 시장은 대기업에게는 엄청난 새 시장이 되지만 영세 지역 중소벤처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지않도록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룡 경북대테크노파크 사업단장(경북대 교수)은 "지역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지방정부나 중앙정부 차원의 마케팅 지원을 받으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