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천 등 500만평 테크노폴리스로

입력 2002-10-24 00:00:00

조해녕 대구시장 체제의 산업배치 및 도시구조계획 수정 구상은 대구 발전계획 전체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구시사에 기록돼 두고두고 평가 대상이 될 매우 중대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문희갑 전 시장은 위천단지 건설을 통해 대구의 산업기지 배치뿐 아니라 도시구조까지 바꾸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했었다.

대구의 기업들은 거의가 중소규모로서 완제품 생산보다는 하청 방식이 주력이라는 인식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런 규모의 산업구조로는 지역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고, 그걸 극복하는 길은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위천단지의 가장 중요한 건설 목적은 대기업 유치였던 것.

지방공단으로 개발해도 될 위천공단을 기어코 국가공단 방식으로 만들려 했던 것은, 진입도로 등 공단 기반시설을 중앙정부 부담으로 건설함으로써 공장부지 분양가를 낮춰야겠다는 계산에 바탕했다. 그래야 경쟁력 있는 좋은 기업체를 골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그러면서 문 시장 체제의 구상은 도심공단들에 분포해 있는 영세화되고 노동집약적인 기업들을 위천단지의 일부 지구에 이동 배치시키자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기존 공업지역을 주거지역 등으로 변경시켜 재개발함으로써 도심의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도 해결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위천단지 계획은 단순히 한개의 공단을 추가로 만든다는 차원을 뛰어넘어, 도시구조 및 산업구조의 거시적 개편 구상과 맞물려 있었던 것이다. 조해녕 시장 체제의 새 구상은 그러한 도시 기본구상을 뒤집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왜 계획을 수정하나=조해녕 체제가 역내 산업기지 배치 및 도시구조 계획의 전면 수정에 나선 것은 건설이 지연되는 위천단지에만 목을 매고 있다가는 지역 경제 활성화 및 도시 재개발이 계속 표류할 것이라는 현실 우위의 판단 때문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어느 대통령 후보도 위천단지 건설을 공약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그런 위기감을 더 고조시켰다는 것.

반면에 위천단지를 양보하는 대신 실익이 더 클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제시한다면 대통령 후보들도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마침 대선이 다가온 것이 결단을 촉진했다는 얘기.

또 이렇게 하는 것이 개발 지연으로 고조되고 있는 위천 지역민들의 불만(본지 14일자 보도)을 조기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새 계획 역시 실현이 완전히 보장돼 있는 것은 아니다. 또다시 표류해서 위천단지의 재판이 될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면 위천공단이 문희갑 전 시장의 발목을 잡았듯 새 프로젝트는 조해녕 시장의 덫이 될 소지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바뀌나=일단 도심공단의 이전 계획은 백지화시키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대신 현재의 3공단·서대구공단은 그 자체로 기반시설 및 지원체제 강화 및 업종 첨단화 방식을 통해 재개발하겠다는 것.

3공단의 문제(본지 19일자 보도)는 이런 해법을 통해 첨단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서대구공단에 대해서는 입지 여건상 지원을 더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필요할 경우 이들 공단에 있는 공장들 중 상당수는 앞으로 개발될 다른 공단들로 이전을 유도키로 했다.

들어 설 땅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가는 공장들을 붙잡을 방안도 별도로 수립돼 있다고 대구시는 판단하고 있다. 수급 상황으로 봐 앞으로 15년 정도는 충분히 공장용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 구지(80만평) 세천(40만평) 성서4차(12만평) 삼성차부지(18만평) 종합물류단지(60만평) 패션어패럴밸리(35만평) 등 250만여평이 그 부지들로 제시됐다.

지난 7년간에만도 공장용지가 60만여평 공급된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이 정도면 최소 10년 이상은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여기다 위천 예정지에 50만평 규모의 첨단 제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어서 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새 구상 '테크노폴리스'=조해녕 체제가 대신 주력하려는 것은 위천 'e밸리'를 핵으로 한 테크노폴리스 조성이다. 위천공단 예정지 중 나머지 공간엔 첨단 레저위락단지를 만들고 이것들을 인접 현풍 신도시 및 대니산 자연공원과 연결해 500만평 규모의 '테크노폴리스'로 꾸미겠다는 것.

이렇게 하면 인근 달성공단 및 80만평 짜리 구지공단에 대한 연구·주거 지원도 가능해 함께 벨트화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구미∼성주∼현풍을 연결하는 중부내륙고속도로(건설 중)가 이곳을 통과함으로써 구미전자공단과 20~30분대에 연결될 수 있어 첨단 IT 및 핵심 부품산업을 육성하는데도 좋은 조건이라는 것. 다음은 대구시 구상.

▲e밸리=150만평 규모의 e밸리에는 IT산업기술대학원 등 교육 연구 인프라가 집적화되도록 한다. KAIST가 기초과학분야에 강점이 있는 반면 e밸리는 현장 중심의 특화된 IT 고급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졸업 후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토록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최신 시설과 기숙사를 완비하고 세계 석학들을 초빙한다.

경북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 대학들의 IT 분야 대학원 과정을 확대 개편해 유치한다. 또 경제특구로 지정받아 외국인학교 및 국제고등학교·과학고를 설립해 교육 신도시로도 조성한다. IT관련 국책연구소 및 민간기업 연구소도 유치한다.

150만평의 e밸리 중 50만평에는 첨단생산단지를 만들어 구미 전자공단과 연계시키고 연구개발 기능과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e밸리 조성 계획에는 'e대구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역내 IT전문가들과 추진협의회를 구성한다.

▲레저·위락단지=위천단지 예정지 60만평과 인근 대니산·낙동강을 이용해 휴양·오락·체력단련을 겸한 종합 위락타운을 조성한다. 골프연습장, 극기훈련장, 다목적 운동장, 번지점프 시설, 경정·수상스키·윈드서핑·요트 등 수변 레포츠시설, 문화·교양시설을 설치한다.

△친환경적인 신도시=250만평 규모의 중저밀도 전원형 환경도시(Eco-city)를 건설한다. 건물 용적률을 최소화하고 녹지공간 확보는 최대화해 국내 최고의 전원도시를 만든다. 3만 가구 10만명을 넘기지 않을 계획.

△낙동강변로=성서공단과 테크노폴리스를 연결할 34㎞ 길이의 이 도로를 너비 23~44m로 건설하되, 민간자본이 아닌 중앙정부 자금으로 건설함으로써 무료화한다.△기대 효과=테크노폴리스는 위천단지와 비슷한 연간 6조원 이상(2000년 현재 대구 전체 생산량 15조2천억원)의 생산 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대전 대덕연구단지와 광주 첨단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대트라이앵글을 구축하면 시너지효과도 크다.

◇해결해야 할 과제=4조7천억원에 달하는 건설비 조달이 성패의 관건이다. 국비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지만 중앙정부 재원에도 한계가 있는 것. 그 때문에 민간자본에 기대게 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민자를 기대했던 수많은 계획들이 전국에서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위천단지 포기와 관련해 시민 설득도 필요한 상황이다. 시민들은 수만명이 모여 위천단지 건설 요구 시위를 연일 벌인 바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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