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나 한·일 어업협상 등 국제적인 농업협상에서 여러 번 봤던 것처럼 이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타결 직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니 자칫 졸속 협상으로 농업에 불리하게 진행되지나 않을까 우려됩니다".
최근 급박하게 진전되던 한·칠레 FTA협상이 갑자기 난항에 부딪친 것과 관련,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농민과 농업관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 공원에서 열린 '2002 경북 세계농업 한마당'을 총괄 지휘한 최양부 한마당 추진위원장은 "정부가 정권임기내 업적을 의식, 시한에 매달리는 바람에 상대편이 이를 알고 역이용하려는 것 아닐까"라며 우려했다.
과거 90년대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농업관련 업무를 맡았던 최위원장은 국제협상에서는 시한의 중요성 못잖게 실리를 챙겨야 됨에도 그동안 농업에 관한 국제협상에서 실수가 많았다며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다.
이번에도 우리측의 협상에 임하는 초조함이나 시한문제 등이 칠레측에 간파돼 또다른 협상물을 우리측으로부터 얻어 내려고 칠레측이딴죽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가뜩이나 농업 특히 경북에 불리한 협상으로 온 농촌과 농민들이 술렁이는데 혹여 정부가 타결을 서두르다 또다시 농업분야를 희생물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속을 태웠다.또다른 관계자는 "농업 협상에서는 경북도의 타격이 어느 곳보다 심각할 전망인데다 만약 현정부가 임기내에 한·칠레 협상을 마무리지으려고 졸속 처리할 경우 경북의 농업희생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벌써부터 경북농정 관계자들은 전국 제1위의 과일생산을 자랑하는 경북의 과수농들이 앞으로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 지 걱정하는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내년도 농정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에 빠졌다.
한·중수교로 지난 98년 대만에 대한 사과수출이 중단, 경북 사과농민들이 대체작목을 찾느라 갈팡질팡했고 불과 몇년만에 사과 재배면적이 절반 정도 줄어드는 등 대혼란을 겪었는데 또다시 혼란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바람잘 날 없는 농업이지만 일년 내내 걱정만 하고 해결의 길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임광원 경북도 농수산 국장의 깊은 한탄이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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