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맥 빠지는 南北공동보도문

입력 2002-10-23 00:00:00

평양에서 개최된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이 핵(核) 문제 삽입을 둘러싼 진통 끝에 공동보도문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이번 보도문에서는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도로의 조기 추진 및 통행합의서 채택, 개성공단 건설 착공, 금강산 면회소 설치 등 문제에서 일부 진전을 보았다. 또 해운(海運) 합의서 채택, 북측 동해어장 공동사용, 6·25 전쟁시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자들의 생사확인등 부문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전후(戰後) 납북자 문제 포함이라는 우리측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게 큰 흠이라면 흠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번 보도문이 '빨리' 또는 '빠른'이라는 표현을 5차례나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다급함을 시사하는 일이 아닌가 해석된다.이번 보도문이 '외형적 성과'로 비쳐지면서도 우리에게 찜찜한 뒷맛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8개항의 합의사항 중 첫 번째 조항이 문제다. 그 문안은 "남과 북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핵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한다"고 적고 있다.

북한의 핵 관련 국제협약 위약(違約), 향후의 핵 개발 포기 약속,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입장 천명 등 우리가 기대하는 어떤 언급도 담지 않고 있다. 남의 일인양 반쯤 덮어두고 있다. 눈감고 아옹하는 격이다. 우리 국민의 불안을 씻어줄 어떤 구체성 있는 언급도 얻어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정부는 '핵 문제'라는 자구(字句)를 삽입한 데 만족해하는 것 같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배제되어온 한국이 핵의 직접당사자로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물론 그런 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북핵(北核)에 대한 어떤 안전망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허탈하게 만든다. 더욱 한심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핵 개발 시인 이후에도 '국가안보'보다 '북한과의 화해 협력'에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북의 이상한 장단으로 국민들만 얼빠지게 만드는 시절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