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프리즘-대구테크노폴리스案은 졸속

입력 2002-10-22 14:17:00

지난 주 대구시가 한나라당에 대선공약으로 '대구테크노폴리스 건설 계획안'을 요청했다. 2004년부터 16년간 4조7천150억원을 투입, 달성 논공.현풍 일대에 과학기술연구산업단지와 레저.위락단지, 친환경적인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대구테크노폴리스 건설 계획은 정말 획기적이다. 또 대선을 맞아 지역발전의 전기가 될 정책공약을 이끌어내겠다고 나선 것도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가장 큰 수혜자일 것처럼 생각되는 벤처기업인, 과학기술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한마디로 이 계획은 '무지'와 '탁상행정'이만들어 낸 '개그'라는 것이다. IT와 한방바이오를 중심으로 대구경제를 첨단화하겠다는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입지선정과 추진방식이 너무 시대착오적이라는비판이다. 정치권에서 어마어마한 규모 탓에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하는 것과는 또다른 맥락이다.

대구테크노폴리스 건설 계획안의 첫인상은 과거 1970년대 황량한 벌판에 국력을 총집결시켜 '포항제철'과 '구미공단'을 건설하던 시절의 느낌이다. 대구시는산업사회의 패러다임으로 21세기 지식기반 정보화사회의 전형인 테크노폴리스를 건설하겠다고 다소 '황당한' 제안을 했다는 주장이다.

e밸리와 IT(정보기술)부품 생산단지 조성 계획을 보자. 전문가들의 '대구지역 IT산업 입지분석'에서 강점으로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졸업생 1만3천여명)를 비롯한 풍부한 인적자원과 세계최대의 IT생산단지인 구미공단, 영남권 교통.통신.문화의 허브(중심지)로서 대구의 위상을 꼽았다.

따라서 대구를IT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면 당연히 이런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개발해야 하는데 대구테크노폴리스 계획안은 '대구의 강점'을 스스로 무시했다.

특히 첨단 지식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이다. 우수한 두뇌가 바로 경쟁력인 것이다. 고급 두뇌들이 원하는 것은 우수한 교육.문화적 기반, 대학 등연구기관과의 긴밀한 상호교류, 편리한 교통 등 대도시의 핵심지역에서만 제공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대구에 적합한 R&D(연구.개발) 중심의첨단IT산업은 도시형 산업으로 구분된다.

한방바이오밸리 조성계획도 터무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지역에서 한방 관련 산업전략을 세운다면 당연히 그 중심은 한의대를 가진 경산대가 될 것이다.또 이 분야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약학대와 농업생명과학대 인프라의 지원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이 의견이다.

따라서 한방바이오밸리의 성공은 경산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 경북대, 그리고 대구약령시의 효과적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방바이오밸리는 대구와 경산 라인에 자연스럽게조성되야 하지 않을까.

과거 사회, 문화, 경제적 인프라가 전무했던 시절 우리는 황량한 벌판에 불도저식으로 굴뚝공장을 세워 세계가 경탄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21세기지식기반 경제시대에는 이같은 전략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구지역의 산업기술 수준에 대한 정확한 진단, 대구권과 경북 및 국내.국제 경제환경에 맞춘경쟁력 있는 부문의 효과적 선택과 네트워크를 통한 SW(소프트웨어)적 집중이 중요하다.대구시는 공약(空約)이 아니라 지역민은 물론 범정부차원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정책을 마련, 시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할 의무가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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