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포항시 두얼굴 행정

입력 2002-10-21 15:39:00

'대민 서비스는 무관심, 사정기관에 대해서는 지나친 눈치보기'.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포항시 일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식 행정이 칼 쥔 사정기관에는 지나치게 '알아서 기는' 식의 교통 행정과 극명한 비교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설비만 64억원을 들여 개관한 우현동 포항여성 문화회관. 이곳에서는 문화·기술·교양 등 40여개 강좌가 개설돼 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아니올시다'다. 연간 4개월을 휴강하고 그나마 직장 여성들을 위한 저녁시간 강좌는 단 1개도 개설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모든 강좌는 기초과정만 반복하고 있다.

4개월짜리 강좌(주 1, 2회)가 4만원인 저렴한 수강료 탓에 많은 여성들이 이곳을 찾지만 실속이 없다는 것. 시민들은 "100억원대의 아까운 시설물을 놀리고 있다" "강좌의 연속성이 없다" "공무원들이 저녁 강좌를 회피한다" 등의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실적 홍보활동까지 벌인 포항시는 빗발치는 비난에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해명하지만 설득력이 없어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유흥업소와 사우나 등이 들어선 두호동의 12층짜리 현대 로데오빌딩 정문 앞 2차선 도로. "인도쪽 대각선 방향으로 설치된 도로 안전지대의 만성적인 불법 주차로 병목현상이 심각하다"는 민원에 포항시는 황색선만 지웠을 뿐 주차 단속을 제대

로 벌이지 않고 있다. 덕분에 2년간 계속된 불법주차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반면 포항시는 도심 교통이정표를 검찰 지청·법원 중심으로 설치해 눈총을 받고 있다. 남쪽 관문인 유강터널에서 우현네거리~장성동까지 10여㎞ 구간에 대구지검 포항지청·대구지법 포항지원 안내 표지판이 무려 18개에 달하고 흥해·오거리·해안도로 방향 등에도 엄청난 수의 지청·지원 안내판을 설치해 놨다.

그런 포항시가 북부해수욕장 등 포항 명소에 대한 이정표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시큰둥하다. 북구청 직장협의회 한 관계자는 "복지부동 때문"이라며 "오기식 행정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새로 적용, 소신 있는 행정을 당당히 펼쳐 나갈 때"라고 말했다.

박진홍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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