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DI의 '쓴소리' 경청해야

입력 2002-10-18 14:40:00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례적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세계 경기전망이 극히 불투명한데다 내부적으로는 '정권말기 신드롬'에 걸려 경제관료마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한 상황에서 나온 KDI의 '쓴소리'는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않다.

KDI는 '3.4분기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우리 경제성장률이 5.3%에 이를 것이라며 국내 연구기관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치를 내놓았다. 특히 물가 상승률은 올해(2.9%)보다 높은 3.6%, 경상수지 흑자는 3억달러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은 그동안 낙관론으로 일관해온 당국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이미 민간 연구기관들은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제를 억지 비관할 필요야 없지만 적어도 불황에 대한 대비책은 철저히 마련돼야 할 것 아닌가.

특히 KDI가 정부 정책에 대해 깊은 불신감을 표출한 점은 당국자들이 새겨들여야 할 부분이다. 먼저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관성을 상실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고 이것이 부동산 가격불안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정확히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경기에 따라 세무조사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대단히 좋지 않은 일"이라는 주장은 임기응변에 따른 '땜질식' 처방을 꼬집은 것이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내년에는 물가불안 요인이 큰 만큼 돈을 풀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거품을 우려했다.

KDI의 지적은 한마디로 정부 정책이 근간을 잃고있다는 뜻이다. 현 정부가 들어선 후 부동산 정책을 40번 이상 바꾼 마당에 뒤늦게 투기를 잡겠다고 채찍을 들었으니 그야말로 자가당착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미 국내외에서 한국경제의 거품화 경고음이 여러차례 발령됐는데도 재경부는 지난 15일에야 "우리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지 모른다"며 겨우 인식하기 시작했다.

정책 부재에다 위기 의식마저 부족한 정부의 '안일함'이 우리 경제 불안을 가속화시키지 않을까 크게 우려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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