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파일 이곳!-TV홈쇼핑

입력 2002-10-17 14:07:00

'주부 이모(32)씨는 3개월전 일제 캠코더를 국내 굴지의 TV홈쇼핑업체로부터 구입했다. 하지만 사용하다 제품에 문제가 있어A/S를 받기 위해 구입업체에 연락했다. 상담원은 1, 2일안에 담당자가 전화할 것이라며 기다리라고 했다. 이틀이 지나도 전화가 오지 않아 다시 전화를 했다.

다른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할 수 없이 또 기다렸다. 여전히 담당자의 전화는 없었다. 재차 전화를 걸었지만 TV홈쇼핑업체의 반응은 똑같았다. 이씨는 하도 답답해 제조업체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상담원은 '회사 규칙'이라는 이런저런 핑계를대며 말해주지 않았다. 제품 설명서에는 구입 후 1년간 무상A/S라고 명기되어 있었지만 어디서도 책임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만 골탕먹고 있다…'. TV홈쇼핑과 관련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 사례 중 하나다.

최근 케이블TV 시청가구의 증가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 구매 성향의 변화로 케이블TV 홈쇼핑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케이블TV 개국 7년째인 올해 6월말로 국내 케이블TV 시청가입가구 수는 6백만 가구. 총 1천500만 TV 시청대상가구의 38%에 해당하는 수치다. 케이블TV의 보편화로 각 가정마다 TV 홈쇼핑을 접하게 되면서 소비자 불만족과 피해 사례, 홈쇼핑 중독 등 많은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 전문TV홈쇼핑 업체는 LG홈쇼핑, 39홈쇼핑,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TV등 모두 5곳. 또 방송위원회의 전문홈쇼핑 방송채널사업자로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반홈쇼핑 업체(인포머셜)도 50, 60개가 활동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방송위원회의 사전광고심의를받지 않고 홈쇼핑형 광고를 송출하는 불법 홈쇼핑업체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들 홈쇼핑업체들은 케이블TV 채널을 통해 상품을 광고하고 소비자들의 전화주문을 받아 택배로 제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상거래를 진행하고 있다.한국통신판매협회의 예상으로 올해 국내 TV홈쇼핑 시장은 4조 2천억원 규모. 지난해 2조 480억원에 비해 52.2%가 증가한 수치다. 갈수록 시장규모는 커지고 있는데 비해 소비자만족도는 이를 따르지 못하는 등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TV홈쇼핑은 쇼핑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상세한 상품정보를 얻을 수 있는 등 편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객관성이 결여되거나 과장된 제품설명으로 소비자들의 상품구입을 부추기거나 제품의 효능을 설명하면서 근거가 불확실한 표현으로 소비자를 오도하는 등 각종 문제점도 없지 않다. 특히 원산지나 제품 성분 등의 주요 표기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TV 홈쇼핑으로 인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소비자상담 및 피해구제 사례는 모두 3천766건에 이르고 있다.

소비자피해를 유형별로 보면, 배달이 지연되거나 제품이 인도되지 않는 경우가 53.5%로 가장 많고, 품질 또는 A/S불만(20.4%), 환불지연(12.7%) 등의순서로 나타났다. 특히 무차별적으로 물품을 구입하는 습관적 '홈쇼핑 중독증'에 따른 반품과 분쟁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TV홈쇼핑 관련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498명 가운데 주 1-2회가 전체의 35%로 가장 많았고 '거의 매일 홈쇼핑채널을 시청한다'는 비율이 전체의 28.6%, 주 3, 4회가 20.5%를 차지했다. 1회 홈쇼핑 채널 시청시간은 평균 31분이었으며 최대 240분까지 이르는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 이용자의 78.7%가 여성인 것으로 감안할 때 우리나라 여성 약 3분의 1 정도가 매일 평균 30분이상씩 TV홈쇼핑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의 4, 5%가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연맹 대구경북지부 관계자는 "거의 TV홈쇼핑 중독상태에 빠져 과도하게 상품을 구매하거나 충동구매 등으로 가정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협의회가 지난 6월 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구입한 주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5%가 충동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 이같은 현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처럼 여성(주부)들이 홈쇼핑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편리성과 가격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홈쇼핑업체들의 상술도 한몫하고 있다. 각 업체마다 '한정판매' '사은품 끼어주기' 등 다양한 판매방법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부추기는 등 판매고를 올리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프로그램방영도중 '오늘만 ××개 한정판매' '오늘 지나면 가격이 인상됩니다' '경품은 오늘만 제공합니다' 등 자막을 곁들여 마치 신속히 구매하지 않으면 제품을구입할 수 없다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또 백화점 등 시중가와 대비시켜 홈쇼핑 가격이 저렴하다는 식으로 강조하거나 구체적 비교대상없이 '할인가'라고 표기하는 등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또 홈쇼핑업체가 취급하고 있는 상품에는 원산지 및 제조자 표시실태가 미흡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 5월 국내 TV홈쇼핑업체가 취급중인 938개 품목을 선정,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품목 중 원산지를 표시한 품목은 26.5%에 불과했다.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가 구매 결정에크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인데도 업체들이 표시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조자 표시도 마찬가지. 전체 21.4%의 제품에만 표시가 붙어 있어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유사 TV홈쇼핑 업체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문제점 중 하나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TV홈쇼핑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증가된 3백95건에 이르고 있다. 이중 86%(약 340여건) 이상이 유사 홈쇼핑업체에 대한 불만과 피해 사례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불만 중 계약 이행 및 해지와 관련된 사례가 가장 많다. 돈만 입금시킨 채 제품은 받아보지 못하는 등 계약 불이행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한 제품의 품질이 방송 광고 내용과 다르다는 점도 유사 TV홈쇼핑을 이용하면서 발생되는 소비자 불만 중 하나. 또한 배달이 지연되거나 반품,취소 등 광고시 약속했던 내용이 실제로 지켜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편리함과 가격 등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TV홈쇼핑의 부작용이 크게 불거지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판매 후 사후책임을 지지 않는 업체들의 상거래 윤리에 많은 문제가 있다"며 "당국의 엄중한 관리와 소비자들의 건전한 소비의식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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