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다섯, 그리움에 홀연히 떠나다

입력 2002-10-16 14:25:00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가을. 조락(凋落)의 계절에 선,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인생의 간이역에 선 시인의 가슴에 그리움이 흐른다. 쉰다섯의 두 시인이 그리움의 시를 엮어냈다.

도서출판 북랜드에서 나온 박해수 시인의 '죽도록 그리우면(외로우면) 기차를 타라'란 시집 1.2권과 문태영 시인의 시집 '쉰 다섯의 철부지'에 담긴 시인의 심상이 가을같다.

대학가요제 대상곡 노랫말로 유명세를 탔던 시 '바다에 누워'의 시인 박해수가 그립고 외로운 추억과 낭만의 역순례 시집을 냈다. 역(驛)따라 바람처럼 구름처럼 길 떠나는 시의 순례.

어느 간이역 마지막 열차칸에서 첫사랑 연인라도 홀연히 모습을 드러낼까. 먼 기적소리같은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인간사의 정서가 혼용되어 만나고 한과 슬픔이 교접되는 역이야 말로 시인에게는 서사와 서정이 공존하는 삶의 현장이요 시의 무대이다.

영남.호남.경기.충청.강원권으로 나눠 실은 숱한 역마다 투영된 이미지와 역의 정경이 계절따라 또 천차만별이다. 시인은 현존하는 역들은 현장 답사를 통해 시의 생명력과 생동감을 돋웠고, 사라져 버린 간이역은 유년시절의 기억이나 군복무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의 증언으로 되살렸다.

전국에 흩어진 768개의 역들과 146개의 간이역 모두가 이처럼 10권 이상의 '역순례 시집'으로 간행된 예정이다. 이제 일년 남짓한 역 순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평선 끝 철로가 닿는 하늘 끝까지 가보고 싶다. 시인이 간직한 그리움의 깊이처럼....

시낭송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문태영 시인의 '쉰 다섯의 철부지'란 시집에 담긴 시의 본질도 '그리움'이다. '소꿉동무 첫사랑'.'초록의 계절'.'오솔길 연가'.'불효자의 마음' 등의 시에서도 그렇듯 시를 통한 그의 내면에는 늘 밀물같은 그리움이 물결처럼 흐른다.

그의 나이와 무구한 삶의 모습 그대로인 시집 이름처럼 '쉰 다섯의 철부지'에 담긴 98편의 시편에서는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의 시어들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 인식 또한 미래에 대한 전망이 그리움으로 치환되며 그리움의 세계를 이루고자 하는 자각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고보면 삶도 간이역인가. 끝나지 않고 다만 사라지는 간이역. 소박한 순명(順命)을 다하고 사라지는 인생처럼. 그래서 시인의 그리움은 더욱 짙어만 가고….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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