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부터 추진된 한·칠레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이 최근 급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한국 경제로서는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지구의 대척점에 있는 칠레와의 FTA체결에 우리가 각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갖고 있는 경제·무역적 효과보다 '선언적'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인근국과의 상호이익 극대화를 위해 경제적인 장벽을 무너뜨려가며 지구촌이 지역화(regionalization) 붐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가 아직 FTA 한 건도 없는 국제적 고아로 남아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제 협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익의 충돌이다. 칠레와의 협정도 사과와 배는 수입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농림부의 반대로 난항을 거듭해왔는데 칠레가 최근 사과와 배를, 우리나라는 냉장고·세탁기 등 공산품 일부를 양보하면서 양국간 FTA가 급물살을 타고있다고 하니 'FTA 1호'가 하루빨리 가시화되도록 관계기관은 협상체제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극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대외경제적인 화두(話頭)는 한·중·일 3국의 FTA체결이다. 인구는 물론 경제규모나 문화적인 요인을 보더라도 한·중·일 3국의 영향력은 유럽연합(EC)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극동 3국 FTA는 정치적·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칠레와의 협상 노하우가 극동 3국 협상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전체에 대한 경제 협력 방안도 철저히 준비해야한다. 중국과 일본이 이미 동남아연합(ASEAN)에 대해 앞다투어 선수를 치고 있는데도 우리는 아시아권에서조차 여전히 '외톨이'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이 동북아의 물류중심지로 성장하려면 아시아 권에서의 국제적 위상이 어느 정도가 돼야하는 지는 자명하다. 한·칠레간 FTA가 조속히 체결돼 한·중·일 3국 협상의 밑거름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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