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꿰맞추기 서해교전 특별조사

입력 2002-10-16 14:38:00

국방부의 6·29 서해교전 도발 징후 묵살의혹 특별조사는 명쾌하지 못한 뒷맛을 남긴다. 옛 상사인 김동신(金東信) 전 국방장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관례(慣例)상의 파격도 있었으나 조사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실망스런 수준이다.

파문의 두 주역인 한철용(韓哲鏞) 전 5679부대장과 김 국방장관에 대한 양비론적 입장에서 사태를 적당히 꿰맞춘 듯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냉정한 군사 목적의 조사가 아니라 군의 입장을 얼버무린 정치적 조사가 돼버리고 말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번 조사는 북한의 서해도발 가능성에 대한 정보보고를 김 장관이 삭제토록 했느냐 아니냐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특별조사단은 이 부분과 관련, 김 장관이 정보분석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도발사태에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도록 한 점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편으로 한철용 부대장을 비롯한 정보책임자들이 장관의 자세에 영향을 받아 북한군 동향을 유야무야(有耶無耶) 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조사는 접근방식에서 문제가 있지 않았나 여겨진다. 우리가 문제삼으려는 것은 교전사태를 왜 미리 막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장관·부대장이 벌인 폭로공방의 시비를 가리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이번 조사 결과 우리의 정보능력은 교전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흘려 넘긴 것은 국방장관의 부당한 정보분석 개입과 정보책임자들의 소신 없는 태도가 원인이 됐다. 이래서는 국가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 국방장관 한 사람만 잘못 임명되면 나라의 안위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정보 부대들도 장관 눈치만 보며 경고상황을 간과해버린다면 부대의 존재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사는 정보운영체계에 대한 반성과 대책에 초점이 맞춰졌어야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군사정보운영이 국방장관의 의지와 관계없이 문서적지원에 의해 자율화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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