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와 태풍 '루사'로 농경지가 유실되거나 매몰, 벼 수확 자체를 아예 포기한 농가들이 올봄에 미리 받아 쓴 추곡수매 약정 선급금에다 높은 이율의 위약금을 갚을 길이 막막해지는 등 수해농민이 겹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봄철 영농기에 40㎏ 가마당 수매가격의 60%씩을 선급금으로 지급받은 이들 수해농들은 다음달부터의 추곡수매에서 약정 수매량을 채우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
당초 약정 수매량을 채우지 못하면 미달부분에 대해 연리 7%의 이자가 붙고 선급금을 올해에 갚지 못하면 15%에 이르는 높은 연체료까지 물도록 돼있다.
게다가 수해농가들의 경우는 피해 면적이 30% 이상 80% 미만은 이자면제, 선급금은 연말까지 상환하고 피해가 80% 이상일 때는 선급금 상환을 1년 이상 연장해 줄 뿐이어서 결국 빚내 갚아야 할 입장이다.
25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에서 383만5천가마(가마당 40㎏)를 정부수매를 할 계획인 가운데 모두 7만568농가에서 974억원의 약정수매에 따른 선급금을 지급받았다. 특히 수해피해가 가장 심한 김천시가 2천757농가(28억1천만원)에 이르고 구미시도 6천353농가(55억2천만원) 등으로 나타나 적잖은 농가들이 선급금 고민에 빠졌다.
김천의 농민 김동조(48)씨는 "이번 태풍으로 논 6천평이 떠내려가 한톨의 쌀도 수확할 수 없어 수매선금 600만원을 갚을 길이 아득하다"고 말했고 박수민(56·구미)씨도 "약정 수매물량 150가마의 선급금 500여만원은 결국 부채"라 한숨을 지었다
전체 약정수매 물량 3만8천800여가마 중 절반에 이르는 선급금(10억여원)을 찾아간 영양지역 수해농민들도 수분과다와 일조량 부족 등 수확량 감소와 품질저하로 약정 수매량을 못 채울 것으로 보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논 2천여평이 물에 휩쓸려 간 남종석(65·입암면 방전리)씨는 "피해율이 80%가 넘어 상환을 1년간 유예받았으나 300가마의 선급금으로 미리 사용한 400만원은 고스란히 빚이 됐다"고 했다. 남씨는 "다른 논의 벼로 수매하더라도 약정물량을 못 채우고 설령 채우더라도 수매금을 갚아야 돼 올해는 헛농사"라고 허탈해 했다.
영양에서는 약정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농가가 300여농가로 이들 대부분 100만~500만원의 선급금을 사용, 위약금까지 물어야 할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군 농업경영인회 권영환(49·석보면 원리)씨는 "상환유예로는 폐농을 막기 어렵다"면서 "재해대책 지원과는 별도로 추곡수매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선급금 지급을 대행한 시·군 농협에서는 수해농민 대부분 약정 수매물량을 못채워 이자나 위약금을 물게 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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