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출산휴가 부담덜기

입력 2002-10-08 14:38:00

적어도 '일'에 대해서는 남녀 유별은 옛말이다. 여성이 용접도 하고 타워 크레인을 모는 모습도 눈에 띈다. 여성 대리운전이 급격히 느는가 하면 비행기 조종사까지 태어나고 있다. 이젠 남성영역이라던 직종에서 여성이 당당히 일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이른바 성파괴, 영역파괴현상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초등교사 경우 이미 여교사의 비율이 남교사를 상회하고 있다. 고속도로 검표원, 유흥업소종사자등 여성전용업소는 말할 것도 없고 비행기 조종사.항공 관제사.여경 등 남성영역이던 업종에까지 여성들의 진출은 활발해졌다.

교육현장에서도 남고, 여고시대는 점차 사라지고 남녀공학시대가 자연스럽게 오고 있다. 반대로 예전에는 감히 근접조차 못했던 남성미답의 여대나 유아교육, 가정과 같은 특정학과에도 이제 여남무별현상이 보편화됐다

이같이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신체적 조건에서 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상당수 학교는 여성을 야간당직에 세우기 뭣해 전문 경비용역을 두고 있는 실정이며 그럴 형편이 못되는 시골학교들은 남교사가 사흘이 멀다하고 당직을 서야하는 형편.

이보다 더한 문제는 출산휴가. 3개월을 비우면 동료가 대신 자리를 메워야 해 휴가 당사자도 남은 동료도 서로 마음이 편치않고 자연 기혼여성과는 같이 근무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되는 것은 인지상정. 그래서 일부 직장은 여성도 똑같이 야근도 서야 한다는 식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고용평등을 요구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여성들이 오히려 우리도 야근을 하겠다고 당당히 나서는 업체도 있다 한다.

최근 이같은 여성출산휴가때 업무를 대신 맡는 '출산휴가 대체 인력제'를 도입하는 지방자치단체나 직장이 늘고 있어 여성으로서는 큰 다행이다. 경북 포항시는 출산휴가로 여직원이 자리를 비울 경우 대체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예산 1천700만원을 확보하고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포항시 전체직원 1천890명 가운데 여직원은 23%인 430여명. 현재 7명이 하반기에 출산휴가를 예약해 놓고 있는 실정. 대체 인력은 퇴직공무원이나 관련업무 경험자로 일당 2만6천여원, 월 60만~70만원을 받게 된다. 구미시도 지난 5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상당수 병원들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

여직원들은 "출산휴가 때문에 기혼여성과 근무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해 여성근로자로서는 큰 부담이 되어왔다"면서 대체 인력제가 정착되면 마음 편히 출산휴가를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여성이 살기 좋은 시대가 오는가보다.

도기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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