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진구(친구)가 전화했어요".
7일 오후 6시쯤 계명대 성서캠퍼스 국제센터의 한국어강좌 강의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노써'(Nosir·26·국제무역학과 박사과정)씨가 떠듬떠듬 한국어 교재를 읽어나가자, 옆 자리의 같은 우즈베키스탄인 유학생 '우마벡'(Umarbec·22)씨와 조선족 김매화(25·여)씨도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하지만 선생님의 한 마디 칭찬에는 "이제 하산해도 되겠어요"라며 금방 배운 한국어로 곧잘 너스레를 떤다.한글을 배우는 이들의 열성은 혀를 내두를 정도. 매일 3시간씩 말하기, 쓰기를 배우고 난 뒤 또다시 5, 6시간씩 새로 배운 단어를 읽고, 쓰고, 한국어 라디오를 듣느라 하루종일 한국어와 씨름한다.
이들에겐 한글날이 먼 나라의 행사일수만 없다. 1만원권 지폐에 새겨진 세종대왕의 얼굴을 유심히 돌려보는 그들. 왕(king)이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이나, 한글을 통해 비로소 언문일치가 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한달전 개설된 한국어강좌의 첫수강생인 이들의 일취월장하는 한국어 실력은 한국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한국을 알려면 우선 한국문화, 사람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해요. 같은 우랄알타이어계에 속한 한국어와 우즈벡어는 어순과 문법이 비슷해서 배우기가 쉬워요".
박사과정 수료후 미국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노써씨는 "영어일색인 거리의 간판이나 인터넷에 올려진 맞춤법이 틀린 한글을 보면 어리둥절해진다"며 한국어강사 김성수(여)씨에게 의문을 표시했다.
수업을 마치자 도서관과 학교 기숙사로 발걸음을 향하는 이들은 오늘밤도 '한글사랑의 꿈을 꿀 것만 같았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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