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유골 발굴 현장 인근에서 사람이 은거했던 것으로 보이는 구덩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이 사인 규명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유골 감식은 여건이 나빠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와룡산 세방골에서 개구리소년들의 옷과 유골 수색작업을 벌이던 경찰은 2일 오후 5시40분쯤 유골 현장에서 북동쪽으로 200m 가량 떨어진 개울 부근에서 사람이 은신한 흔적이 있는 구덩이를 발견했다.
구덩이는 흙을 파낸 뒤 앵글로 지주대를 세우고 그 위에 다시 앵글 지붕을 만들고 비를 막기 위해 비닐 장판으로 덮는 등 상당히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지붕에는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낙엽으로 덮는 등 위장한 흔적도 보였다.
L자형인 내부는 가로 1m, 세로 1.7m, 깊이 0.7m로 사람 한 명이 겨우 은거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고, 남쪽으로 가로 40cm 세로 60m 크기의 통로가 뚫려 사람이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내부에서는 2000년 8월4일자 스포츠신문과 반찬통, 플라스틱통, 가방, ㅁ분유통 등이 발견됐으며 이들 물품에는 'made in korea'라고 새겨져 있었다. 또 지붕 장판의 제조연도가 1999년인 것으로 봐 경찰은 구덩이를 만든 시기가 3년 이내인 것으로 보는 한편 발견된 물건들에서 지문을 채취해 구덩이를 만든 사람의 신원 파악에 들어갔다.
한편 이 구덩이가 간첩의 비밀 은신처(비트)였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국정원, 경찰, 기무사 등 관련기관이 합동신문조를 긴급 편성,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달서경찰서 이용후 보안과장은 "사람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만든 점, 입구가 뚜렷이 드러난 점, 앵글로 지주대를 세우는 등 견고하게 만든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간첩의 소행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지어진 연도로 봐서는 개구리소년 사건과도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북대 법의학팀의 감식이 개구리 소년 사망 의혹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단서로 기대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유골 현장에서 발굴된 뼈 및 유류품만으로는 사인 규명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유류품은 체육복 2벌, 속내의 1벌, 잠바 2점, 바지 3점, 양말 2점, 운동화 5켤레 등과 유골 5구이나, 어린이들의 머리카락이 전혀 나오지 않은데다 유골 일부와 조호연군의 청색 체육복 상의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 관계자는 특히 머리카락을 통한 사망 시점 및 혈흔 조사가 불가능하며, 발견된 유골도 정상 형태에 가까운 3구와 달리 다른 2구는 불완전 정도가 심해 지금 상태로는 감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 법의학팀 곽정식 단장도 "신경외과, 정형외과 전문의들을 통해 뼈 골절모양을 분석하고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한 골절 부분에 대해 정밀 조직학적 검사를 실시하는 등 사인 규명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할 예정이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는 현재로선 장담할 수없다"고 말했다.
한편 육군 50사단은 지난달 30일 수사본부에 '군부대 총기살해설'을 제보한 한모(43)씨를 명예훼손 및 공무집행방해죄로 3일 오전 대구지검에 고소했다.
이상준기자 all4yoy@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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