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사인 뭘까

입력 2002-10-03 15:27:00

개구리소년들의 타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소년들은 과연 어떻게 해 죽음을 맞게 됐을까? 현재까지의 경찰 수사 방향은 크게 3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살해 후 암매장 및 사체 유기, 유탄에 의한 사망, 저체온증에 따른 사고사 등이 그것.

▨살해 후 암매장 및 사체 유기 가능성=현장발굴 중 나온 영규군의 옷 모습, 현장에서 머리카락을 한올도 발견하지 못한 점, 두개골 정수리 부분이 함몰된 점, 현장 부근에서 행해졌던 묘지 이장과 가지치기가 이뤄졌는데도 그동안 발견되지 못한 점 등 여러가지 정황이 살해 후 암매장 혹은 사체유기 가능성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영규군 어머니 최경희(47)씨는 "영규가 입었던 운동복의 소매와 무릎 부위가 묶인 채 발견된 것은 타살의 결정적 단서"라며 "팔을 빼내 소매 부위를 등 뒤로 돌려 묶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지를 벗어 무릎 윗부분을 묶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골현장에서 소년 5명의 머리카락이 단 한올도 발견되지 않았음도 살해 뒤 상당기간이 지나 매장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머리카락은 공기 중에서의 부패 속도가 흙 속에서보다 8배 정도 빠르기때문에 개구리소년들의 시신이 완전히 썩은 후 암매장되거나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더우기 유골 발굴 현장 인근에서는 1998년 여름에 달서구청이 수백명의 인력으로 대규모 가지치기 작업을 벌였으나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고, 현장에서 불과 5~6m 떨어진 곳에서 분묘 이장작업이 있었으나 마찬가지였다.

발굴된 두개골 중 1구에 함몰된 외상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는 점과 일부 유골이 돌에 눌려져 있었던 점, 현장에서 600m 떨어진 곳에 고속도로가 있고 당시 인근에 40여 가구 크기의 자연마을인 서촌마을이 있어 민가 불빛을 충분히 볼 수 있었는데도 그대로 앉아 죽음을 맞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 등도 타살 의혹을 드높이는 정황이다.

▨유탄에 의한 사망 가능성=유골 현장은 물론 인근에서 수 백발의 탄두와 탄피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인근 군부대 사격장의 유탄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 및 법의학팀과 군 당국은 실종 당일이 지방선거 투표일로 군부대는 공휴일에 사격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저격수도 5명을 한꺼번에 죽일 수 없는데 유탄에 의해 5명의 소년들이 전부 사망할 수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또 유탄이 아닌 총기 난사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으나, 발굴된 탄환의 상태와 뼈에 탄흔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봐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군부대에서 밝힌 사격장 외에 임시사격장이 또 있었다는 인근 주민들의 주장도 곧바로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 군 기록에 없는데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들이 지목하는 사격장 위치가 자꾸 바뀌고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

▨저체온증에 의한 사고사 가능성=경찰이 주장한 저체온증에 의한 사고사는 현실적으로 발생하기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주장이다.

사인 규명을 맡은 경북대 법의학팀은 "현재로서는 사고사에 대한 어떠한 소견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또 지난 1일 현장 주위를 조사한 대구산악구조대는 사고발생 당시 주변 상황과 현장 지형으로 미뤄 조난에 의한 사고사로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엽상욱(42) 구조대장은 "와룡산에서 길을 잃어 조난 당했다고 가정할 때 유골이 발견된 장소는 정상적인 사람이 조난을 당해 피해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고, 조난 당할 경우 누군가 한명은 반드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무리를 떠나는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5명이 같은 장소에서 유골로 발견된 것도 조난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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