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입법 어떻게 되나

입력 2002-10-03 15:32:00

2년여의 노사정위 논의 끝에 결국 정부입법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주5일 근무 입법이 규제개혁위원회란 의외의 암초에 걸렸다.

규개위는 2일 오후 본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의, 논란끝에 개정안 추진에는 동의하되 시행시기 재조정을 권고했으며, 이에 대해 노동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규개위 개선권고 내용 및 해석 =규개위는 이날 회의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개정안 추진에는 동의하되 시행시기는 우리나라의 산업여건의 성숙 등에 따라 재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규개위는 이어 시행시기의 재조정과 관련, △농업이외의 전체 산업의 주당 평균근로시간이 44시간이하에 달하는 시점부터 시행하고 △정부의 업종별·규모별 시행시기를 당초 내년 7월1일부터 1년 단위로 연차적으로 시행하는 안을 2년단위로 조정하도록 하는 상당수 민간위원들의 의견을 첨부했다.

이번 권고안은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일부 규개위원들의 주장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규개위로 인해 정부가 2년 넘게 추진해온 주5일 근무제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절충한 '고육지책'으로 볼수있다.

현행법상 규개위의 개선권고에 대해 해당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따라야 하고 이의가 있으면 15일 이내에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부는 엄밀한 의미에서 시행시기에 관한 개선권고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특별한 사유'로 간주, 사실상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입법예고안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향후 절차 및 입법 전망=규개위의 개선권고에 대해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대로 차관회의에 상정하려면 현재의 상황을 '특별한 사유'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과연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법해석을 놓고 향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노사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시행시기안에 대해 규개위가 개선을 권고함으로써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동투쟁본부를 구성,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 총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한 양 노총이 정부안이 왜곡될 것을 우려해 대정부 압박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여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데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또한 규개위에서 주5일 법안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입법예고 당시 결정을 유예했던 주휴 유·무급 여부에 대해서도 노동부와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경영계가 정부안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되풀이하고 있고 대국회 로비 등도 활발히 벌이고 있어 국회에서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노동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설사 입법예고안대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법안을 국회에 넘기는 일정을 강행하더라도 정기국회 회기내 법안처리는 이미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가 11월8일까지로 단축된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회기내법안 처리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정기국회 회기내 법안을 제출하는 데 주력하고 처리가 미뤄지면 대선이후인 내년초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또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주5일 근무제 도입은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아 내년초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2년 넘게 노사정위 논의를 끌어오다 어렵게 정부입법안을 마련했는데 국회에 넘기기도 전에 규개위라는 복병을 만났다"며 "정부로서는 정기국회 회기내 입법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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